사고 당시 현장 지휘관 박상현 전 여단장도 조사
오는 20일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소환조사 예정

해병대원 순직사건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유 전 관리관은 18일 오전 9시 33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에게 연락하는 것 자체가 외압이라는 생각 안 했나' '기록회수 자체가 위법이라는 생각 안 했나' '수사 외압 있었다고 보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유 전 관리관은 2023년 7월 31일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한 직후 열린 국방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정종범 전 해병대부사령관이 배석한 이 회의에서 사건 기록 이첩 보류와 혐의자 축소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 전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해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서 이첩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하자 사건 기록을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도 받는다.
그는 이 시기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 대통령실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또한 노모 경북경찰청 수사부장과도 연락했다.
사건을 회수해 재검토에 들어간 국방부 조사본부는 같은 해 8월 14일 중간 보고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6명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20일 최종 보고에서는 다른 결론을 냈다.
조사본부는 법무관리관실과 국방부 검찰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2명의 혐의만 인정된다고 판단한 내용이 담긴 재검토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및 후속조치 관련된 이 전 장관의 지시사항과 대통령실 개입 등에 관해 전반적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조사 내용이 많아서 하루에 조사가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 내일도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해병대원 순직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박 전 여단장은 임 전 사단장 등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최선임 현장 지휘관으로 포병대대장들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다.
특검팀은 박 전 여단장을 상대로 사고 당시 현장에서 수중수색이 진행된 배경과 임 전 사단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채상병 사망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사고가 발생했던 경북 예천군 내성천을 방문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오는 20일 사고 현장에 있었던 지휘관 중 한 명인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후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구속 수감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사한다.
김 전 장관은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경호처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특검팀은 회의 당시 해병대원 사망사건 관련 보고 내용과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