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단 중 한 명 대표로 내세워 소송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시민 1만2000여 명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경호 변호사(법무법인 호인)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시민 1만2225명을 대리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민사소송법 제53조에 따른 선정당사자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참여자 모두가 송달료 등을 부담해야 하는 집단소송과 달리 선정당사자 소송은 한 명을 내세워 진행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시민은 지난 17일 오전 12시 기준으로 1만222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이후로 신규로 입금해주신 분들이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선정자 목록으로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제출하면 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증할 수 있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선행 판결을 내린) 판사가 지적한 것처럼 '경험칙상 명백하다' '그 손해는 의학적이고 심리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은 법조인으로서도 쉽게 배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들은 "피고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단순한 직무상 과실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명백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이므로 개인의 민사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자신에 대한 주가조작, 명품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할 '김건희 특검법'의 통과를 저지하고 자신의 국정농단 정황이 담긴 '명태균 게이트'의 증거 인멸을 위해 국가의 비상대권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 김건희는 이러한 사적 위기 상황을 타개해달라고 피고 윤석열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하거나 압박함으로써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범행을 결의하게 만든 실질적인 교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란 공범들과 소통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했으므로 민법상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피고 윤석열과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공동 불법 행위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행위로 타인의 손해를 가한 경우, 그 가해자들이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피고들의 공동 불법 행위로 인해 국민들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은 물론, 주권자로서의 지위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존감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소를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피고가 원고 1인당 위자료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윤석열)는 원고(시민들)에게 정신적 손해배상과 위자료 지급 의무가 있다. 액수는 제반 사정을 봤을 때 적어도 원고들 각 10만원을 충분히 인용할 수 있다"며 원고의 청구 금액을 모두 인용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판결의 가집행을 멈춰달라며 강제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공탁금 납부를 조건으로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측은 공탁금을 납부하면서 항소심 선고 시까지 위자료 가집행은 진행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