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이 종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故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한 이후에는 화해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최대 고객사이자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글로벌 IT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애플과의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에서 여러차례 패소했지만 이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그간 북미·유럽 시장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업체라는 인식이 강했던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제조 업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전세계에서 스마트기기 돌풍을 일으킨 애플과 대적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며,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이 연일 전세계에서 보도되며 갤럭시S, 갤럭시 탭 등 삼성전자의 제품을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 아시아 등에까지 확대되면서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지난 4일 발표한 '2011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조사'에서 삼성은 브랜드 가치 234억3000만 달러(약 28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94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해 무려 40억 달러가 상승했으며, 순위도 19위에서 17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진행된 애플과의 소송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부품 공급 계약도 2014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대 약점으로 작용했던 부품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실질적인 이득도 동시에 챙긴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9일 귀국길에 "애플에 대한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2013년과 2014년 사업 방향에 대해 팀 쿡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잃은게 있다면 연이은 패소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애플이 주장했던 '카피캣(copy cat)라는 오명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잃은 것은 자존심이다. 애플이 한 것처럼 되갚아주겠다"고 강경하게 말한 것도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카피캣이라는 제품 이미지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잃은 점 중 하나다.
IT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파국이 예상됐지만 최근 부품 공급 체결 등 결국 삼성과 애플은 협의를 통해 특허전을 조만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특허 전쟁으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경쟁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