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상상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우주 자체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야기보다 뛰어나기는 힘들어요. 기존에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에다가 스토리를 엮고, 이를 캐릭터와 잘 버무려 좋은 비주얼로 보여준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할 겁니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린다 옵스트(65·Lynda Obst)는 30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CT(문화기술) 포럼 2015'에 참석해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에 과학적 기반을 더한 작품을 계속 만들어 갈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린다 옵스트는 린다 옵스트 프로덕션의 대표이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콘택트'(1997)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2003)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프로듀서다.
옵스트의 최근작은 지난해 전 세계적인 화제작이었던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런)다. '인터스텔라'는 우주라는 공간을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저히 물리학 이론에 기반을 둔 설정으로 우주와 시간, 블랙홀과 5차원 세계까지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날이 갈수록 관객은 스마트해지고 있으므로 영화 또한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마케팅을 활용해 좋지 않은 콘텐츠도 상업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관객은 이제 영화 자체가 좋지 않으면, 그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린다 옵스트는 '인터스텔라'가 유독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유를 이런 이유와 연결지어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이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발전돼 있는 상황이 '인터스텔라'가 두 나라에서 성공한 이유"라는 것이다. "두 나라 관객은 과학에 대한 공포가 없다. 이는 과학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과학 이론과 동시에 영화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관객"이라고 짚었다.
'인터스텔라'는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중 한 명인 킵 손이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다. 영화의 각본을 쓴 조너선 놀런은 대학에서 4년 동안 상대성이론을 공부했고, 제작진은 물리학 이론에 벗어나는 범위의 상상력을 영화에 집어넣지 않았다.
우주를 다룬 책으로 과학 교양서의 고전으로 불리는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과의 인연으로 SF 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옵스트는 "과학은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가능하게 하는 분야이고, 영화는 그 역할을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신과 종교를 뛰어넘어 실제 우리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영화로 만들 때 그것은 영화 이상의 교육이 될 수 있다"며 "'인터스텔라'는 영화로 우주에 대해 알려준 첫 시도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다음 프로젝트로 어떤 것을 구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킵 손에 스티븐 호킹까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더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답한 그는 콘텐츠 개발자 혹은 제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