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객석 구석 구석에 쌓여있는 눈(雪)이다. 공연 중간 무대에 눈이 흩날리며 엔딩에는 엄청난 눈보라가 객석으로 몰아친다.
광대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애잔한 표정을 지은 채 읽고 있던 편지 위에 눈물을 떨구고, 그 편지가 눈송이로 변해 소용돌이치는 순간이다.
지난 네 차례의 LG아트센터 공연이 모두 매진된 슬라바 폴루닌(65)의 '스노우 쇼'가 9년만에 내한한다.
1993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스노우쇼'는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수천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올리비에 상, 골든마스크 상 등을 받았고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다.
'이 시대 최고의 광대'로 통하는 슬라바 폴루닌의 대표작이다. 연극적 구성에 마임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의 '광대예술'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태양의 서커스'단과 함께 북미 순회공연을 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연극 올림피아드'의 '거리축제' 부문 총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노란색 포댓 자루 같은 옷을 입고 빨간색 큰 코를 가진 광대가 이끄는 환상과 동화의 세계로 안내받는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8명의 광대들이다.
공연 도중에는 화살 맞은 광대가 객석으로 뛰어들고, 관객의 물건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또 배우와 관객이 한바탕 눈싸움을 벌이고, 순식간에 객석을 덮어버리는 커다란 거미줄이 쳐지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광대들은 커다란 풍선을 객석에 던져 넣는다.
무엇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연 내내 흩날리는 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 공연이 진행되는 약 3주 간 사용될 눈의 양은 1t 트럭 한대에 가득 찰 정도다.
5월 14~30일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8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서울 공연에 앞서 4월29일부터 5월2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