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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풍납토성 '5층 아파트' 높이…고대 토목기술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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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풍납토성 '5층 아파트' 높이…고대 토목기술 진수
  • 김양수 기자
  • 승인 2014.1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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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남동에 위치한 백제 유적 '풍납토성'은 3세기 중후반에 착공을 시작해 두차례의 증축을 거쳐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으로 쌓아 만든 거대한 성벽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풍납토성의 규모와 축조 공법 등을 규명하기 위한 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이 성이 기원후 3세기 중후반에 동쪽 성벽 공사에 착공한 뒤 4세기 중반 이전 처음 완공하고 이후 4세기 말과 5세기 중반 두차례에 걸쳐 각 증축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벽에 대한 모형화 결과, 처음 성벽이 건설됐을 때의 높이는 10.8m였고 두 차례의 증축을 거치면서 최대 13.3m까지 확대됐다.

이로 풍납토성이 한강 변에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을 쌓아 총 3.5㎞ 둘레로 만든 거대한 성벽였던 것이 확인됐다. 현재 정비된 성벽의 높이는 약 5m 내외로 땅속에 3m가량 묻혀있어 남아있는 높이는 8m 정도다.

연구소는 복원된 풍납토성의 규모를 중국 당나라의 통전(通典)에 기술된 인부의 하루 작업량을 토대로 산출했을때 풍납토성의 건설에는 연인원 138만 명 이상이 투입됐다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성벽의 연대를 밝히기 위한 방사성탄소연대와 광자극발광연대 등을 국내외에서 실시했고 특히 20건 이상의 절대연대 측정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 신뢰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소는 또 성벽의 재료로 쓰인 토양의 화학조성과 유기질 함량이 주변의 자연 퇴적토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지반의 특성과 구조물의 하중을 정확히 계산하고 토양의 다양한 성질을 혼합해 성토재료의 효용성을 극대화한 백제 초기의 뛰어난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풍납토성은 한강 변에 있음에도 연약 지반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시공하던 부엽공법(敷葉工法)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가공된 기초지반 위에 점성이 높은 실트층과 패각류를 깔고 잎이 달린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하는 고대 토목기법인 부엽공법이 없었던 것은 백제인들이 풍납토성 건설당시 지반의 특성과 구조물에 대한 하중을 정확인 계산, 기초지반이 성벽의 하중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에 건설된 도성의 중요시설로 그동안 축조 연대와 성격 등은 한국 고고학과 고대사 연구의 중요 쟁점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 풍납토성에 관한 학제간 융합연구는 지난 2011년 시행된 동쪽 성벽 발굴조사와 함께 진행됐으며 고고학과 영상공학, 지구물리학, 지리학, 측량학, 토목공학, 토양학, 핵물리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지금까지의 연구성과에 대해 문화재연구소는 내년 초 보고서를 발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국가적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며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한반도 중부의 지역 문화가 새로운 국가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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