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녀원 입회 50주년을 맞은 이해인(69) 수녀의 신작 산문과 신작 시 100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꼼꼼히 기록한 생활이야기 100편을 묶은 책이다.
‘기쁨의 맛’ ‘수도원의 아침 식탁’ ‘햇빛 일기’ ‘슬픈 날의 일기’ ‘너도 아프니’ ‘시로 쓴 편지’ ‘시를 꽃피운 일상의 선물’ 등 모두 7부로 구성됐다. 투병하는 이의 고통과 외로움, 그럼에도 잃지 않은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 사람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의 마음으로 쓴 맑은 글들이다.
‘일곱 살의 어린이 마음으로/ 일흔 살의 생일을 맞는 오늘/ 아침부터 자꾸만/ 자꾸만 웃음이 나오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갇혀 있는 내 마음속의 아이가/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조용히 물어보는데/ 나는 무어라고 대답할까/ 사랑을 더 많이 해야 철이 들 것이니/ 이젠 그만 창을 열고 나와서/ 하늘을 보라고 해야겠지/ 진짜 한 번 큰 어른이 되라고 해야겠지/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의 나이에 이르러/ 다시 한 번 희희낙락한 동심을/ 회복하면서/ 부끄럽지만 행복해야겠다’(일흔 살 생일에)
하루하루의 다짐과 기쁨, 병이 불러온 고통에 대한 두려움, 세상을 떠난 사람을 향한 그리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소회가 잔잔하고 애틋하다.
‘내 삶의 끝은 언제/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까/ 밤새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또 한 번 내가/ 살아 있는 세상!// 아침이 열어준 문을 열고/ 사랑할 준비를 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다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구하면서/ 지혜를 청하면서/ 나는 크게 웃어본다/ 밝게 노래하는 새처럼/ 가벼워진다’(어느 날의 단상 1) 272쪽, 1만2500원, 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