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친구가 아니라면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해져요.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김수경(65) 우리들병원 전 회장이 책을 펴냈다. 미당 서정주에게 추천받아 시인이 된 뒤 소설 '자유종' 등을 펴낸 그다.
"10년이 더 지나면 못 쓸 것 같았어요."
친구 이야기를 풀어썼다.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이다.
"제가 이걸 쓰지 않고 넘어가면 남은 일생 동안에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쓸 수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김수경은 신경외과 의사 이상호와 결혼한 뒤 7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우리들병원'을 설립, 경영을 맡았다. 우리들병원은 이명박 정권 들어 세무조사 등을 받으며 표적 조사 논란도 일었다.
"왜 남녀가 만나면 로맨스여야 하고 정치인과 일반인이 만나면 후원관계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한 인간과의 우정을 돈을 주고받는 관계로 매도하는 사회에 깊은 슬픔을 느꼈죠. 저도 인간이라 원망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러니까 노무현은 제 친구여야 합니다."
김수경은 책 '내 친구 노무현'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소개로 노무현을 처음 만났던 1990년대 초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00년까지를 적었다.
"제가 전기를 쓰려고 하면 모든 순간에 대한 증빙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게 없었어요. 사진도 많이 없고 제가 메모를 착실하게 한 것도 아니거든요. 노무현에 대한 해석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었죠. 다른 장르로는 그 주관적인 감정의 흐름을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내 친구 노무현'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다만 소설을 쓰기 위한 상상력은 제한적으로만 사용됐다. "없었던 일은 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처음 노무현이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킥킥거리면서 웃어댔다. 키가 작은 그가 꼽추등을 만들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우스웠다. 그러나 그가 계속 춤사위를 하자 그 웃음은 점차 잦아들었고 다들 무겁고 슬픔에 젖은 얼굴로 꼽추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었다.'(48쪽)
지난달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1968~2014)도 그의 친구다. 김수경은 책의 2장 '메타피지컬 레퀴엠스(Metaphysical Requiems)'를 신해철을 위해 바쳤다.
"작가 후기에 '쾌차하라'고 적었는데 일어나지 못했어요. 작가 후기를 다시 쓰면서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창조적인 친구였어요."

책은 시리즈의 1부 격이다. 작가는 '이것은 소설이다' '62세의 이혼' 등의 출간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계속 이야기할 계획이다.
책을 펴낸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김수경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데 헌신했을 뿐 아니라 그 헌신을 통해 수난도 당했다. 진정한 친구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