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임 1주년을 맞은 지난 3월13일, 독방에서 기도와 명상을 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행사를 갖지 않고 공식 트위터에 ‘나를 위해 기도해 주오’란 말을 남겼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빈민 사목을 해오던 그는 교황 서임 후에도 연일 낮은 자세로 ‘평화’를 위한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행보를 이어가며 보수적 가치의 바티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교회의 변화는 이렇듯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심엔 공동체 활동이 있다. 공동체를 통한 모임은 교회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덕동성당(주임신부 이재을 사도 요한)은 신앙을 통한 보편적 믿음을 전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나눔과 소통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공유하고, 위로와 치유의 지혜를 나누는 ‘사랑방 소공동체 모임’이 바로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있다.
사랑방 모임은 이재을(59) 신부가 지난 2007년 봉천7동성당(현 낙성대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사목 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에서 태동되었다. 이때부터 골격을 다듬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많은 교우들이 신앙의 나눔터로 삼는 오늘의 ‘사랑방’이 됐다.
사랑방 모임의 특징은 4~5명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뒤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고 기도와 묵상, 복음,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대화까지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나누며 체득하는 ‘영적 성숙’에 있다.
지난 3일 저녁, ‘사랑방 리더교육’이 열린 공덕동성당에서 만난 이재을 신부는 “사랑방 모임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성경 말씀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과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은혜의 체험”이라며 “이를 통해 정체된 선교시스템에 변화를 꾀하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튼실한 신앙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을 신부는 이어 "교우들이 ‘사랑방’이라는 뜨락에서 그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스스로 열며 참 신앙인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냉담 교우를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등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사랑과 전교(傳敎)의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방 모임은 특히 서로의 관심사를 고려해 비슷한 연령대의 신자들을 같은 그룹으로 구성해 신앙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 동질감을 형성하도록 배려해 교회 공동체를 통한 친교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매주 사랑방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경선(55·데레사)씨는 "교우 간의 친밀도가 쌓이면서 나눔 내용도 스스럼없어지고, 모임 내내 마음이 편안해서 힐링되는 느낌“이라며 ”마치 어릴 적 시골 외갓집 사랑방에서 이웃집 언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공덕동성당 ‘사랑방’은 현재 33개의 소공동체가 활발한 친교와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이재을 주임신부가 부임하면서 시작된 모임이 3년여 만에 선교의 열매로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적 확장뿐만 아니라 사랑방 구성원들의 끈끈한 결속력은 질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나눔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옥(59·글라라)씨는 "신부님의 집념과 독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신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하느님 말씀대로 '겨자씨의 믿음'을 갖고 복음의 가치를 실천한다는 자세로 공동체 모임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봉사자들은 또 본당 신자 중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와 멀어져 있는 교우들의 신앙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며 본당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 같이 교회와 선교구조의 변화를 추구하며 사랑방 소공동체 모임에 천착하고 있는 이재을 신부는 자신의 사목 목표를 '모든 신자들의 봉사자화·리더화'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을 신부는 이에 대해 “하느님 말씀을 통한 나눔과 사랑으로 세상을 복음화시켜야 할 사명이 있는 교회에 ‘사랑방'이라는 '치유와 감사의 공간'을 만든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겠다는 신앙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교구를 비롯해 각 지방교구에 '사랑방 소공동체'의 역할과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전북 군산 둔율동성당, 인천 동춘동성당, 대구 만촌3동성당과 안드레아성당 등에서 사랑방 리더교육을 요청해 이재을 신부와 나눔 봉사자들이 ‘현대 선교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천 답동성당과 서울 광장동성당을 비롯해 원주 태장동성당, 의정부성당 등지에서도 ‘사랑방 리더교육’을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한 봉사자는 전했다.
한편, 서울국제선교회(www.sicms.kr)를 함께 이끌고 있는 이재을 신부는 지난 2월7일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거행된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에서 국제선교회 3번째 사제인 최필규 루도비꼬 신부를 배출하고, 5월26일 파견미사를 거쳐 파나마로 부임시켰다.
서울국제선교회는 초기 한국 천주교가 외국 선교사들의 헌신과 지원으로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것에 대한 보은의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김택구(2008년 선종) 루도비꼬 신부에 의해 설립돼 ‘신앙의 현지화’ 원칙에 따라 해외 현지에서 사목활동을 펼칠 사제를 양성하고 있다.
이번에 사제서품을 받은 최필규 신부를 포함해 현재 2명이 파나마 현지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으며, 1명이 부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서울국제선교회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국제선교회는 신자 수에 비해 사제 수가 절대 부족한 중남미 지역에 소속 신부를 파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