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규모 큰 12월, 연말 특수 기대 사라져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시행하면서 연말 대목을 기대했던 유통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말에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패션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 18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시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심화되자 사적 모임을 4명까지 허용하고,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셈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다중이용시설 내 푸드코트 등 식당의 경우에도 출입자 명부 작성 등 기본방역수칙과 함께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등 식당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영업시간은 이미 오후 9~10시에 마감하는 만큼 추가 조치는 없다.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연말 소비심리 회복을 기대했던 유통가는 또다시 맥이 빠진 분위기다.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축소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할 경우 유동 인구가 줄고, 소비심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코로나 확진자 증가 및 방역 조치 강화 등으로 대면 서비스업 등 내수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던 것이 한 달 만에 우려로 바뀐 셈이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온라인 매출액은 22% 증가했지만 12월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지 불투명하다. 할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후 이달에도 부진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서울 명동의 백화점에서 겨울 패딩과 코트를 판매하는 패션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매장 점원은 “지난 달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매장에 손님이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다”며 “그 때가 10명이었다면 지금은 2~3명으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겨울 세일에 돌입한 또 다른 패션 매장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이 3~5명 수준이었다.
예년 같으면 계산대 주변으로 긴 줄이 늘어서며 20~30분 걸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청바지와 블라우스 등을 쇼핑한 오모씨(48)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신경이 쓰인다”며 “오늘이 마지막 쇼핑”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만한 이벤트는 물론 팝업 행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식품관에만 디저트와 케이크 등을 구매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푸드코트에서도 줄을 서서 방역패스(접종증명) 확인하고 입장하는 손님이 잇따랐다. 이마저도 방역패스 시행 후부터는 방문객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는 연말연시 신선식품보다는 와인 코너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연말 모임이 취소되자 집에서 송년회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와인 구매가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지난 설 명절보다 보름 가량 빠른 12월 둘째주부터, 백화점은 12월 셋째주부터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에 들어가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할인율이 높은 사전 예약 판매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 증가한 데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년 명절에도 고향 방문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서둘러 비대면 수요를 공략하려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월은 1년 중에 가장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시즌인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 이후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가 사실상 많이 사라졌다”며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없고, 온라인 이벤트만 진행하면서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 내년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