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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반격 연습 생략론…‘北 변화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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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반격 연습 생략론…‘北 변화 유도’?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12.1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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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부형욱, 반격 연습 생략·폐지 주장
한미 훈련 아닌 북한의 불신 해소가 관건
▲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뉴시스
▲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뉴시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포함된 반격 연습을 생략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북측을 대화로 끌어들이자는 제안인데 반대가 만만찮다. 게다가 이보다는 작전계획 수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더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 있다.

한미 훈련 중 반격 연습을 생략하자는 주장은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먼저 내놨다. 홍 원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내년 4~10월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 연합 훈련 유예를 제안했다.

홍 원장은 “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다.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초기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출신인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역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홍 원장의 주장을 한층 구체화했다.

부 센터장은 지난 9일 통일연구원 개원 30주년 국제학술회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이며 최근 3년 동안 실시해 온 방법(CPX 위주 실시, 기동훈련의 소규모화 및 연중 분산 실시)을 지속하되 CPX(지휘소 훈련) 중 2부 연습을 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은 위기관리 연습, 1부 방어 연습, 2부 반격 연습으로 나뉘어있다. 2부 반격 연습 폐지로 협상의 물꼬를 트고 남북한이 군사공동위원회를 열어 군비 통제 회담을 연다면 북미 핵 협상이 탄력을 받는다는 게 부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은 컴퓨터로 이뤄진다. 전시 상황을 가정해 아군과 적군(대항군)으로 나누고 컴퓨터에 화력과 병력 등 각종 수치를 입력한다. 현재 지휘소 훈련은 작전계획 5015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한미가 2015년 확정한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한미연합군의 전시 대비 계획이다. 핵심 내용은 북한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이다. 한미 양국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기지 움직임을 감시하고 선제 타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2019년부터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까지 훈련에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 유사시 북한 점령을 뜻한다. 

이처럼 북한을 위협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으니 작전계획 5015에 근거한 지휘소 훈련 중 반격 연습을 생략함으로써 북한에 대화에 나설 명분을 주자는 게 홍 원장과 부 센터장의 견해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격 연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사실 지휘소 훈련 1부는 북한의 남침을 전제로 한 방어 훈련이다. 이미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것이라 가정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 대목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남침을 방어한 뒤에 반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침을 당하고도 반격을 하지 말자고 선언하는 것은 한국 국내 여론으로부터 동의를 얻기 어렵다.

또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게 한미 훈련 취소나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8월부터 한미 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아버지인 김정일 역시 유훈 등을 통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굳이 한미 훈련을 취소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더라도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2018년 6월(싱가포르)과 2019년 2월(하노이)에 잇따라 북한을 북미 정상회담으로 끌어냈지만 미국은 싱가포르에서는 종전 선언 제안을, 하노이에서는 영변 핵 폐기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향해서도 깊은 불신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작전계획 5015 폐기가 임박한 시점에 이에 근거한 반격 연습 여부에 매달리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서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미는 작전계획 5015 폐기를 예고했다. 작전계획 5015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 지상군 60만명이 투입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스텔스 전투기와 각종 미사일로 순식간에 승패가 갈리는 오늘날의 전장 환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새 작전계획 수립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얽혀있다. 만약 새 작전계획에서 지상작전은 한국군, 공중과 해상에서의 작전은 미군이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현행 육군 위주 주한미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새 작전계획 수립과 전작권 전환으로 주한미군 지상군이 대폭 축소될 경우 이는 사실상 한미연합사 체제의 해체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경우 안보 불안감이 확산돼 차기 한국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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