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맞이해 ‘과거를 잊고 국민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곳’들을 한국관광공사가 골랐다. 한때 아무나 갈 수 없었던 곳, 별 볼 일 없던 곳, 가기 힘든 곳들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고,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인디문화를 담은 꿈꾸는 컨테이너, 부산 컨테이너 아트터미널 사상인디스테이션(CATs)’
부산-김해 경전철 환승역인 사상역 앞 광장에 문화 예술공간이 7월12일 문을 연다. ‘부산 컨테이너 아트터미널 사상 인디스테이션’이다. 지난달 화물 컨테이너 수십 개를 쌓아 만들었다. 얼핏 보면 창고 같기도 한 이색 외관으로 벌써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항도 부산의 특징을 살린 컨테이너 구조물답게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까지 충분히 해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대지면적 1624㎡에 지상 3층 규모 건축물 2동이 마주한 구조다. 한 동은 공연과 전시, 쇼케이스 등을 위한 ‘소란동’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부 시설은 웬만한 공연장이나 전시장급으로 전시, 공연, 강연, 세미나, 영화 상영 등이 모두 가능하다.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는 공간 배치, 자연 채광을 활용할 수 있는 천장 개폐형 구조가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지향하는 젊은 예술인들의 감성과도 알맞다. 독립적으로 꾸며진 2층 쇼케이스 공간은 외부에서도 전시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전면 유리로 마감했다. 전망대 기능을 겸한 옥상에 서면 사상역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 하나는 다문화 센터, 관리실, 작가들의 작업 공간인 스튜디오와 숙식 장소인 레지던스가 갖춰진 ‘도란동’이다. 스튜디오와 레지던스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며 주류보다 인디 문화와 같은 서브 컬처의 집합소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개관에 맞춰 인디 문화 전시와 콘서트,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CATs 051-316-7630
◇‘산골 마을의 화려한 변신, 봉화 분천역
태백산, 청량산, 통고산 등 백두대간 산자락에 둘러싸인 산간 오지 마을이었던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가 관광 명소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분천역이 코레일의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의 기착지가 되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수백 명씩 이곳을 찾는 덕이다. 특히,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하면서 역 외관도 스위스 샬레풍으로 갈아입었다. 체르마트역은 스위스 빙하 특급열차가 출발하는 역이다.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V트레인이 서는 분천역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여행객들은 역 이곳저곳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고, 역사에 비치된 기념 스탬프도 찍는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마을을 돌거나 카 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친환경 차를 타고 인근 관광지로 드라이빙을 나갈 수도 있다.
역만 변신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으면서 고즈넉했던 산골 마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마을 입구에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이 만들어지고 민박도 생겼다. 주민들은 함께 식당을 열고 산채 비빔밥, 메밀묵밥 등을 가정식 밑반찬과 함께 올린다. 파전에 동동주 한 사발은 가히 꿀맛이다. 스코틀랜드산 조랑말 3마리도 인기다. 직접 탈 수도 있고, 말이 끄는 꽃마차로도 이용할 수 있다.
V트레인은 1일 3회 분천에서 철암 사이를 왕복 운행하는 3칸짜리 관광열차다. 비동, 양원, 승부, 석포를 거치는 동안 평균 시속 30㎞ 내외로 운행하는 열차에 앉아 창 밖으로 백두대간 협곡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은 두 달 전에 예약해야만 탈 수 있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비동에서 내려 양원까지 2.2㎞ 구간에 조성된 체르마트 길을 걷고 다시 양원역에서 다음 V트레인을 타는 것도 좋다. 협곡을 걸으며 때 묻지 않은 계곡의 절경과 울창한 산길을 만날 수 있다. 다만, 민가 하나 없는 오지이므로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를 추천한다. 분천역 054-672-7711
◇ ‘검은 탄광의 화려한 변신, 삼탄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은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를 줄인 ‘삼탄’, 예술의 ‘아트’,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을 합쳐 명명됐다. ‘삼척탄좌를 예술 광산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1964년부터 2001년까지 38년간 석탄을 캐던 검은 광산의 화려한 변신인 셈이다.
삼탄아트마인은 삼탄아트센터와 야외 전시장으로 구분된다. 전문 갤러리로 구성된 삼탄 아트센터는 삼척탄좌 시절 종합 사무동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경사지에 기대듯 자리하면서 로비가 4층에 있는 독특한 형태가 됐다. 삼탄아트마인의 중심 공간답게 입구부터 다양한 예술 작품이 비치됐다.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이다. 4층에는 레지던시 작가들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도 마련됐다. 3층은 현대미술관(CAM), 삼탄역사박물관, 삼탄뮤지엄으로 이뤄진다. CAM에서는 삼탄아트마인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뮌, 이가와 세이료, 하종현, 가와다 츠요시 등이 참여한 ‘위대한 탄생전’이 열리고 있다. 삼탄 역사박물관과 삼탄뮤지엄은 삼척탄좌 시절 자료와 광원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전시한다. 철제 수납공간을 빼곡하게 채운 광원 일지, 무전기와 방독면, 급여 명세서와 거래 은행에 필요한 인감 신고서 등도 보인다. 2층에는 세계미술품수장고와 기획전시실이 있다. 수장고에는 김민석 대표가 3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미술품 10만여점이 자리한다.
야외 공간은 레일 바이 뮤지엄이 들어설 조차장을 중심으로 석탄을 캐던 수평갱을 개조한 동굴 와이너리, 글라스 하우스, 원시미술 박물관 등이다. 조차장은 수직갱이라 불리는 높이 53m 철탑을 포함한 옛 삼척탄좌의 중심 시설이다. 조차장 주위로 채탄과 채굴에 사용하던 광차를 포함해 다양한 기계들이 옛 모습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레스토랑 832L, 카페 글라스하우스 등 휴식 공간도 자리한다.
삼탄아트마인과 인근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2004년 폐광될 때까지 23개 광구를 보유했던 동양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자리에 설립됐다. 두 곳 모두 폐광을 활용한 공간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탄아트마인이 폐광이 문화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면,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1600여 종 2만여 점에 달하는 유물을 통해 정선의 석탄 역사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삼탄아트마인 033-591-3001
◇‘양곡 창고에서 문화 창고로 변신,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
비옥한 만경평야에서 생산된 곡식을 수탈한 일제는 1920년대 이를 운반하기 위해 철도를 놓으면서 그 옆으로 곡식을 임시 보관하기 위한 창고 5동도 지었다. 삼례 양곡창고다. 당시 지어진 창고 5동에 1970~1980년대에 지은 창고 2동 등으로 구성된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되다가 전라선이 복선화되며 철로와 역사가 옮겨가자 기능을 상실했다.
마을 재생을 원했던 완주군과 작품 전시 공간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 하던 예술가들은 이 양곡 창고를 문화 예술 창작 공간으로 만들기로 의기 투합, 마침내 6월5일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를 열었다. 예술가들은 공간의 변신을 꾀하되 건물 안팎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근현대 예술이 한 자리에서 빛날 수 있게 했다. 오래된 벽체, 함석 지붕, 높은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물, 통풍이 잘돼 습기가 차지 않도록 내부 벽면에 ‘W’ 모양으로 붙인 둥근기둥과 ‘H’ 모양 사각 나무 기둥은 새롭게 만든 작품처럼 벽면을 장식한다.
건물 내부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공간은 비주얼 미디어 아트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VM아트갤러리’와 지역민의 문화 교육을 담당할 문화 카페 ‘오스’다. VM아트갤러리에서는 W 모양 둥근 나무 기둥을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 현대적 영상물도 볼 수 있다. 빛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한 ‘아트 이스 펀(ART IS FUN)’이 7월30일까지 열린다.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 주최 국제 공모전 입상작이 전시되는 ‘디자인 박물관’, 각종 가구, 나무 조각, 장인들이 사용하던 공구들을 볼 수 있는 ‘김상림목공소’, 활판 인쇄에 사용하던 활자와 기계들이 전시된 ‘책 공방 북아트센터’도 있다. 삼삼예예미미 070-8915-8121
◇‘도지사 관사에서 도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충북문화관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 옥천), ‘임꺽정’의 소설가 홍명희(1888~1968 괴산), ‘감자꽃’의 아동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 권태응(1918~1951 충주) 등 수많은 문인들의 고향인 충청북도. 청주 시내 충북문화관은 바로 이들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지어져 일본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건물은 2007년 등록문화재 353호로 지정됐다. 이 건물은 제1대 윤하영 지사로부터 제33대 이시종 지사에 이르기까지 충북도지사 관사였던 곳으로 2012년 9월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시실 2개와 북카페, 야외공연장, 전시관 3개를 가진 숲속 갤러리 등으로 이뤄진다.
제1전시실은 충북 문학 전시실이다. 정지용, 홍명희, 권태응을 비롯해 ‘탄로가’로 잘 알려진 고려 후기 유학자 우탁(단양), 조선 중기 문인 김득신(증평), 조선 후기 문인 권섭(제천),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 신채호(청원), ‘성벽’의 시인 오장환(보은), 일제강점기 시조 부흥 운동을 일으킨 시인 권구현(영동), ‘낙동강’의 소설가 조명희(진천), ‘반노’의 소설가 염재만(음성), ‘풍선기’의 시인이자 언론인 신동문(청원) 등 충북 출신 문인 12인의 생애, 주요 작품에 관한 해설을 볼 수 있다.
제2전시실은 충북지사 관사 전시실로 꾸며졌다. 관사의 역사, 구조 등을 안내하는 패널을 시작으로 실제 관사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전면은 양식, 후면은 일식으로 구성되고, 외부 접견실과 주 생활공간으로 나뉘었다. 생활 공간의 널찍한 다다미방은 북카페로 활용된다.
야외 공연장에서는 각종 클래식 공연이 열려 지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킨다. 구관사 뒤편 신관사는 숲속 갤러리로 활용된다. 제1전시관은 회화, 제2, 제3전시관은 서예와 사진을 주로 소개한다.
충북문화관은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문학, 음악, 미술, 사진 등 다양한 예술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토·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문 연다. 단 야외 공연장은 2시간 더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 신정, 설날, 추석에 쉬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장은 약 20대 규모다. 충북문화관 043-223-4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