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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쉽게 맛볼수 없는 진미…‘호가네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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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쉽게 맛볼수 없는 진미…‘호가네 사슴’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06.16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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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밤 SBS TV ‘정글의 법칙 인 뉴질랜드’를 보며 개그맨 김병만(38), 영화배우 박보영(23) 등 ‘병만족’이 몹시도 부러웠다. 현지 양떼 목장에서 양털깎기를 도운 뒤 그 대가로 농장주에게서 사슴고기 요리를 얻어 먹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김병만은 “잡내가 없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감탄했고, 박보영도 미소를 지으며 만족을 표했다.

보통 사슴은 녹용만 생각하기 쉬운데, 고기도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선호됐다. ‘동의보감’에는 “약을 먹는 사람은 사슴을 먹지 마라. 사슴은 해독초를 먹고 있으니 약의 효능을 감소시킨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해독 기능이 있다는 얘기다. ‘본초강목’은 “사슴의 온 몸이 사람에 이롭다”고 적었다.

병만족이 부럽다고 해도, 보양식라고 해도 내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것도 아니고, 워프를 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호를 탄 것도 아니니 뉴질랜드까지 한달음에 날아갈 수는 없는 일. 부러워만 하던 차에 마침내 사슴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도, 지방도 아닌 서울에서다.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곡지구와 김포공항 사이 강서구 마곡동 326-9 ‘호가네 사슴’(02-3663-2747)이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과 5호선 송정역에서 마을버스를 환승하면 된다. 이 집에서는 경기 포천산 사슴 고기를 ‘정식’(2만5000원)과 단품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정식은 ‘육회’, ‘로스’, ‘사슴 해물 전골’로 이뤄진다. 사슴 육회는 살코기를 배, 잣 등에 버무려 나온다. 살코기는 새빨갛고 노린내도 없다. 자주 먹는 소 육회와 비교하면 더욱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하다. 지방이 없는 덕이다. 아쉬운 것은 소 육회처럼 생고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알고 보니 운이 없던 탓이다. 이 집에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생고기가 들어온다. 그날에 잘 맞춰 오면 얼리지 않은 생고기로 육회는 물론, 생고기 맛 그대로인 ‘육사시미’로도 즐길 수 있다. 몸에 그리도 좋다는 사슴 생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가게에 연락처를 남겨두면 일정이 잡혔을 때 전화로 알려준다.

로스는 고기 그대로가 아니다. 사슴 고기를 잘 다진 뒤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떡갈비’인 셈이다. 몇 점 집어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기다리면서 함께 나온 시원한 ‘묵밥’을 맛본다. 그 사이 구수한 향을 내며 잘 구워진 로스를 한 점 집어 씹으니 아주 부드럽고 맛깔스럽다. 주방에서 수고해준 빛을 보는 듯하다. 사슴 고기는 지방이 없다 보니 열이 많이 가해지면 질겨지는 문제가 있다. 역시 지방이 없는 말고기도 육회나 육사시마 아닌 구이로 먹을 때 그런 아쉬움을 느낀 적이 종종 있다. 손님 중에 치아가 약한 노부모를 동반한 가족 단위가 많다 보니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집에서는 특별히 로스를 떡갈비로 만들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니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야채를 다져 넣은 밥을 올리고 그 위에 잘게 썬 치즈를 뿌려 ‘누룽지’를 해준다. 치즈가 녹아 밥과 어우러지니 감칠맛이 난다. 하지만 살찔 걱정 없는 사슴 고기를 먹으러 갔다가 치즈를 먹는 아이러니는 있을 수 없다. 조금 먹겠다고 처음부터 말해 남기는 사태가 없도록 하자.

전골은 얇게 썬 사슴 고기와 함께 새우 등 각종 해물, 버섯 등 야채가 어우러지는 메뉴다.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고기를 내오며 한 마디 던진다. “사슴고기는 오래 두지 말고 바로 드세요.” 열이 가해지면 질겨 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행과 담소하다가 바로 건지지 못한 고기를 씹으니 질기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대신, 바로 살짝만 데친 고기는 그야말로 진미였다. 고기를 먼저 먹고 해물을 건져 먹는다. 다 먹은 뒤 칼국수를 끓여 먹으니 육해의 별미들이 어우러져 낸 국물 맛은 라면 CF에서 영화배우 조여정(32)이 말한 것 그대로다. ‘국물이 끝내줘요.’

1인 2만5000원은 분명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소가 아니라 귀한 사슴 고기다. 맛도 있는 데다 양도 푸짐하다. 3가지 요리뿐 아니라 묵밥, 누룽지, 칼국수, 그리고 웰컴 드링크 격인 ‘녹용주’도 곁들여진다. 따지고 보니 꼭 비싼 것 만은 아니다.

단품 메뉴는 정식에 포함된 각 메뉴를 좀 더 확대한 것이다. 4인 기준으로 파는데 원할 경우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육회는 250g에 2만5000원, 떡갈비는 400g에 4만원이다. 다만 사슴 해물 전골은 단품 메뉴로 없고, 사슴 고기만 각종 야채와 함께 뜨거운 국물에 데쳐 먹는 ‘샤브샤브’(4만3000원)가 준비된다.

이 집에서는 사슴과 함께 오리 고기도 판다. 따라서 사슴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과 간다면 사슴에 오리가 곁들여지는 ‘백년지객’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전골은 그대로 나오지만 사슴 육회와 로스의 양을 줄이는 대신 오리고기 로스가 나온다. 당연히 오리고기 로스는 떡갈비는 아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주차는 가게 앞을 이용하면 된다. 

        맛집-호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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