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종로구가 추진중인 북촌 화동 고갯길 정비사업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은 3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아팠다. 내가 시장으로 있는 서울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라는 장탄식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북촌 아트선재박물관과 정독도서관이 만나는 지점부터 시작되는 화동 고갯길을 평탄화하려는 종로구측의 움직임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 시장은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가 한 신문 칼럼을 통해 화동 고갯길 정비사업의 몰이해를 비판한 것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조한 교수는 칼럼에서 "최근 이곳 주민에게 화동 고갯길을 깎기로 했다는 공문이 날아왔다고 한다. 관광객이 늘어나니 도로 정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라는데 북촌을 가장 북촌답게 만드는 고갯길을 깎겠다니 황당한 발상 아닌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에 "신호등 같은 건 없다. 모두가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가기 때문에 이곳의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느낌을 준다. 길가 야외카페에 앉아 있어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모두가 배려하며 건너는 건널목은 사람의 속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확보해준다"고 북촌 골목길이 사람에게 주는 여유로움을 예찬한다.
박 시장은 칼럼을 모두 읽은 뒤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업추진을 재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사업은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된 사업이었다. 주민참여예산은 박 시장이 주력하고 있는 시책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적잖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주민들을 잘 설득해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며 "그 지역 주민들에게 다른 좋은 사업을 해 드리더라도 이것만은 막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아직도 개발의 큰 압력에 맞서는 것은 마치 큰 수레 앞에 선 사마귀(당랑거철 螳螂拒轍)의 심정일 때가 적지 않다"며 "그래도 이 시대의 정신을 관철하라는 것이 시장의 임무가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