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있는 집’
보통 고깃집에서는 생등심이나 안창살의 경우, 숯불 위 석쇠에 올려놓고 직화구이를 해먹는다. 하지만 차돌박이는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구워먹게 마련이다.
누구나 당연스럽게 구워먹는 것이었지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7-6 ‘차돌집 비원’(02-3445-9709)의 남준식(37) 사장은 달랐다. 남 사장은 ‘차돌박이는 왜 직화구이를 안 할까’ 의문을 품었고, 사실상 처음으로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차돌박이를 숯불 직화구이로 먹는다는 시도도 흥미로웠지만 고기 가득 참숯향이 배면서 더욱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게 돼 그 동안 ‘종이 씹는 것 같다’며 차돌박이를 꺼리던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특히 여심이 움직인 것은 천군만마였다. 차돌박이의 고소한 맛이야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지방이 많은 부위인 데다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고 구울 때 기름이 고기 밑으로 흥건히 머물게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20대 여성들까지 숯불 직화구이 덕에 기름기가 일부 제거됐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면서 단골이 됐다.
‘차돌박이’(150g 1만5000원·호주산)를 시켜봤다. 테이블 위에 새카맣게 그을린 쟁반 모양 깔개가 있다. 아마도 화로를 올려놓는 곳인가 보다. 각종 야채를 중심으로 하는 밑반찬이 세팅되자 이글거리는 숯불 화로가 들어와 깔개 위에 올려진다.
차돌박이는 소의 앞 가슴부터 복부 하단을 일컫는 양지에서도 하단에 위치한다. 그만큼 차돌박이를 정확하게 골라내야 제 맛을 만끽할 수 잇다. 잘라내 온 것을 살펴보니 차돌박이 전문점답게 새빨간 살에 하얀 지방질이 차돌처럼 박혀 있는 것이 얼핏 봐도 품질이 좋다.
화력이 강한 숯불 위에 얇고 기름기 많은 차돌박이를 올려놓으면 정말 빨리 구워진다. 그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잘 구워진 고기의 맛은 가히 일품이다.
차돌박이 전문점으로 이름을 날리지만 ‘특생등심’(150g 1만9000원·호주산)도 자랑거리다. 생등심이야 참숯불 위에서 구워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차돌박이처럼 신기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 집이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은 오직 맛이다. 특생등심을 만나보니 역시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다. 그 귀한 마블링이 선홍색 고기 위에 이른 겨울 눈처럼 흩뿌려져 있어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정말 아름답다.’
이처럼 접시 위에서 놓인 채 보는 이의 눈을 만족시킨 생등심은 구워지면서 코를 기쁘게 했고, 다 구워진 뒤 입 안에 들어와서는 혀를 황홀케 만들었다. 그리고 목 안으로 넘어간 뒤에는 마음마저 행복해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비장의 무기 ‘안창살’(150g 2만2000원·호주산)도 있었다. 이름은 ‘살’이지만 갈비뼈 7번과 13번 사이 안쪽에 붙어 있는 두꺼운 횡경막 부위로 토시살과 함께 내장을 붙들고 있는 근육이다.
소의 갈비와 내장을 잇는 안심살 옆에 폭 7㎝ 정도의 T자 모양을 한 이 부위는 소 마리당 2쪽 정도 나오며 무게는 마리당 1.2~1.8㎏에 불과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 안창살은 흔히 살코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내장에 가깝다. 그래서 등심, 안심과 달리 검붉은 자주색을 띤다. 그만큼 상하기도 쉬우니 외식을 한다면 믿을 수 있는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
안창살 역시 숯불에 올려놓으니 빠르게 구워진다. 한 조각 들어 입에 넣어보니 쫄깃쫄깃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한 것이 흡족하다. 씹을수록 육즙과 어우러지며 독특한 맛을 낸다.
오픈한 지 1년도 안 된 이 집이 최고급 인테리어로 무장한 유명 브랜드 음식점들이 즐비한 ‘가로수 길’ 안쪽의 세칭 ‘가로수 옆길’에서 인테리어를 한 듯 안 한 듯한 독특한 실내구조로도 손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던 데는 역시 맛이 있었다.
가게 안쪽으로 가게 이름처럼 ‘비원’이 있다. 야외 테라스인 이곳은 여름이 깊어갈수록 손님들 사이에 자리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 점심 시간에는 고기류 외에도 한정식 메뉴(1만5000원)도 즐길 수 있다. 주차는 발렛파킹(2000원)을 이용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