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의 길로 접어들게 된 한진해운의 대량 해고에 따른 후폭풍이 노동계를 잔뜩 움츠리게 하고 있다.
한진해운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해 대량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계는 고용 대란을 피하기 위한 묘수를 짜는데 골몰하고 있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최근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일환으로 선박 42척의 선장 및 해상직원(선원) 560여명에 대해 12월10일부로 일괄 해고를 예고했다.
가압류 선박에 승선중인 선원들은 배에서 내리는 대로 즉시 해고된다. 한진해운이 매각할 선박에 탄 선원들은 인수회사에서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진해운 사측은 육상직원 650명에 대해서도 매각을 추진중인 미주·아시아노선의 관련인력 300명만 남겨둔채 나머지 직원 350명은 모두 12월초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자산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존에 해고되지 않은 육상근무인력 300명도 새로 인수되는 회사로 옮기거나 한진해운을 떠나야 한다.
결국 12월 엄동설한에 한진해운 직원 수천명의 대량실직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해고 충격'이 모항인 부산신항의 한진터미널과 협력업체 등으로 확산될 경우 고용대란의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동계가 한진해운발(發) 대량해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한진해운 청산에 따른 고용대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우선 한진해운 선박을 인수하게 될 국적선사나 외국선사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방안이다.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등의 선례가 있다.
대한해운은 2011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년7개월만에 SM그룹에 인수될 당시 100% 고용승계를 보장받았다.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은 곡물 운송 등으로 사업분야를 다각화한 하림그룹에 지난해 2월 인수될 때에도 고용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진해운 노조 측도 다른 국적선사가 선원고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길 원하고 있다. 다만 SM그룹과 하림그룹이 해운업체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어 동종업계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승계가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이나 해운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신규 선박 도입으로 한진해운의 대량실직 사태의 숨통이 터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LNG, 케미칼 등 탱크선박 도입이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인 선원은 부족해 상당수가 외국인 선원들로 채용되는 추세라고 노동계는 전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벌크 또는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탱크선박을 운용한 경험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한진해운 출신 해상직 근로자들이 일할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훈련비 지급을 통한 재교육을 지원해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해상직 근로자를 육상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노동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근 조선경기 불황으로 인해 육상직 근로자도 구조조정하는 상황이라 한진해운 해상직 근로자들이 육상직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노동계는 바라보고 있다.
전국해상산업노조연맹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해고를 철회하려면 경영상태가 호전돼야하는데 현 시점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직원들에 대한 대량해고는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한진노조측과 고용대란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경기가 불황이라 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초반에는 외국인 선원만 정리하는 수준에서 일이 매듭지어질 걸로 낙관했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회생보다는 청산쪽에 무게를 두면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기류가 바뀌었다"며 "한진해운 뿐만 아니라 부두나 협렵업체 직원 등까지 포함하면 부산 지역의 실직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