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처장실서 '초기 2000명으로 추진하고 향후 확장 검토' 메모장 발견
총학생회 "학생들 기만한 대학본부 규탄"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설립과 관련 이면계획을 추진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흥캠퍼스 의무형 기숙형대학(Residential College, RC)에 관해 학생들에게 공언한 것과는 상반된 계획을 추진해온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9일 교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을 기만한 대학본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최근 학생처장실에서 RC에 대해 '초기 2000명으로 추진하고 향후 확장 검토'라는 설명이 들어있는 메모장이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전임 총장 때 RC는 안한다고 합의·문서화되어 있다 -> 파기되어야 한다-> 전인교육형 기숙사로 명칭 변경', '기획부총장님: 밀어붙여야 한다',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가고 불공평하므로 신입생은 모두 가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총학생회는 전했다.
앞서 지난 2013년 임정기 전 기획부총장과 오연천 전 총장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같이 신입생이 의무적으로 시흥캠퍼스 RC에 입소하는 방안은 한 번도 검토한 적 없다고 공언했다. 또 올해 4월부터 성낙인 총장 체제의 대학본부도 계속해서 특정 학년이나 단과대의 시흥캠퍼스 이전은 없을 것이며 신입생 의무 기숙제도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대학본부는 대부분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으나 '신입생 의무기숙'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해 오며 학생들을 회유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메모를 보면 학생들에게 연세대 송도캠퍼스처럼 신입생이 시흥캠퍼스 RC에서 의무 기숙을 하는 프로그램은 전혀 논의한 바 없다는 대학 본부의 공언이 완전히 거짓이었음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본부 내에서 시흥캠퍼스에 관해 어떤 이면계획이 추진되고 있고, 학생이 모르는 계획이 대체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더 큰 불신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을 뿐"이라며 "성 총장은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당장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고 실시협약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시흥캠퍼스의 재정운영계획 미비나 대학의 공공성, 연구 자율성 파괴, 투기사업에 대한 우려 등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지난달 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본관 점거투쟁을 의결하고, 31일째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