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최근 한반도 위기상황과 관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가 국민 앞에 앞장설 것이란 말은 무수히 해 왔지만 기득권 싸움 때문에 실종돼 가고 있다"며 국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향해 "새 정부의 핵심기조 중 하나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조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데 연평도 주민들과 국민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서 지켜봐달라"며 "개성공단 체류 국민들의 신변안전 문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챙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지난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제제를 결의했는데도 북한은 오히려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긴밀한 국제공조가 중요하고 또 외교부가 역할을 잘 해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외교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군 장성들이 지난 주말 태릉골프장에서 잇달아 골프를 쳤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질책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국방부를 향해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각 정부 부처를 향해 일일이 향후 챙겨야 할 현안들을 당부하기도 했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공약사항인 소득연계맞춤형 반값등록금 정책을 잘 챙기고 신학기 교육물가도 각별히 점검하기 바란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 혼선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컸다. 긴 안목으로 차근차근 안정감 있게 변화시켜 나갈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법무부에 대해서는 "사법개혁·검찰개혁을 통한 사법부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 바란다"며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사회 4대악 척결대책도 철저하게 세워서 집행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어선 침몰, 대형 산불 등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각종 안전사고 및 재난과 관련해서도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를 향해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각종 사고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며 "안전행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나머지 부처에 대해서도 일일이 관련 현안을 잘 챙겨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첫머리에서 "오늘부터 나라를 정상 운영하며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하고 힘찬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통한 국정 정상화도 거듭 촉구했다.
새 정부 출범 보름 만에야 첫 국무회의를 열게 된 것과 관련,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연일 전쟁을 위협하고 있는 위기 상황인데 안보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공백이고 국정원도 마비상태"라며 "세계경제도 위기인데 경제의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도 안 계셔서 정말 안타깝고 국민 앞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근 많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책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제대로 대처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러다가 바다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면 아직 해수부가 출범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특히 해수부는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여야를 떠나 국민에게 신설을 약속한 것인데 정치에 묶여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실종돼 가고 있다"며 "과연 정치가 국민 입장에 서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과 나라의 앞날에 중대사가 아닌 서로의 견해차와 시각차는 이제 내려놔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며 "정치란 건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루속히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야당에 촉구했다.
아울러 복지정책과 관련한 예산문제를 비롯해 정부 부처의 예산낭비 및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점검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복지공약 재원을 놓고 '예산부족으로 어렵다', '증세를 해야 한다'는 등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 의지는 하나라도 공약한 것은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증세는 없다'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에 대해 상법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회에서는 4대강 수질개선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다"며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 앞으로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이런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내려면 인사가 중요하다"며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박 대통령은 환담을 나누던 참석자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먼저 회의장에 들어가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와있다"는 말에 걸음을 멈춘 뒤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인사를 건네는 박 대통령에게 "첫 국무회의이고 축하도 드릴 겸 왔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또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중앙정부의 도움을 얻어야 할 일이 많고 서로 협력해야 할 일도 많은 것 같다"며 "새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첫 국무회의는 월요일인 이날 열렸지만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윤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교대로 주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박 대통령과 정 총리 외에 신임 국무위원 13명과 기존 국무위원을 대리한 신제윤 기획재정부·이용걸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박원순 시장, 이재원 법제처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들어가기 전 오전 10시30분께 13명의 새 정부 장관들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날 임명장을 수여받은 장관은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서남수 ▲외교부(현 외교통상부) 윤병세 ▲통일부 류길재 ▲법무부 황교안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유정복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농림축산부(현 농림수산식품부) 이동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윤상직 ▲보건복지부 진영 ▲환경부 윤성규 ▲고용노동부 방하남 ▲여성가족부 조윤선 ▲국토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서승환 장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