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 1월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35일간 여야는 협상을 지속했지만 마지막 걸림돌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할 부처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SO 인·허가권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두되 법률 제정 및 개정 권한은 미래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 반면 민주당은 법률 재·개정권을 미래부에 둘 경우 방송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모두 방통위에 둬야 한다고 맞섰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일에도 여야는 막판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실적으로 이날 국회 본회의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여야가 전날 심야협상을 통해 3월 임시국회 개원을 약속한 만큼 이날 국회 소집을 요구하면 사흘 뒤인 8일부터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상 오늘 정부조직법 개정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식물국회'가 됐다는 얘기는 한참 됐지만 '식물 정부' 만들기에 국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왜 우리가 받아야하는지 답답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병수 사무총장 역시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동시에 행정권도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자 방송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3월 국회에서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여야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국회 선진화법은 물론 인사청문회법 개정이라는 초강수도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고 인사청문회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다"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것이 되풀이되면 도리 없이 국회 선진화법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는 전향적인 불통이며 국회와 야당의 존재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다. 1970년대 밀어붙이기식 개발독재 스타일"이라며 "국회와 야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은 청와대 회동을 절대 거부하지 않는다. 청와대 회동은 일방적 설명하는 자리가 아닌 결실을 보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며 "원안을 고수하겠으니 응하라는 식의 여야 회동은 성과 없이 끝나고 국민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고 여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협상의 여지를 박탈한 채 사전협의도 없이 (민주당을) 청와대로 부르고 오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건 옳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가 민주당에 양보하라는 건 방송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이라는 '목줄'과 방송 광고라는 '밥줄'이다. 방송장악으로 가고, 언론의 자유를 해친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야가 오는 8일부터 임시국회를 시작하더라도 입장차가 현격한 만큼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2주째 국무회의를 못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각료들로 이뤄진 국무회의는 4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