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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맏형 삼성, 전경련 탈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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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맏형 삼성, 전경련 탈퇴 선언
  • 김지민 기자
  • 승인 2017.02.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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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탈퇴원을 공식 제출 함에 따라 그 파장이 다른 기업들에게도 본격적으로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기업들의 전경련 '탈퇴 러시'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전자는 6일 전경련 탈퇴원을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청문회에서 언급된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전경련 탈퇴 선언을 서면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월6일 열린 최순실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 앞으로 전경련에 대한 개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기부금도 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재계 총수들이 의원들로부터 전경련 탈퇴 압박을 받은 이후 LG가 가장 먼저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삼성은 전경련의 창립멤버이자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삼성의 탈퇴 결정으로 인해 창립 56년을 맞은 전경련의 해체 압박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들어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 개입 등 권력 유착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해체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4대그룹 사실상 탈퇴…전경련, 창립 56년만에 해체 기로

우선적으로 삼성전자가 탈퇴원을 공식 제출함에 따라 전경련에 가입돼 있는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잇따라 탈퇴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2월27일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 탈퇴를 공식 통보한 바 있다. SK그룹도 "공표만 따로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탈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탈퇴 선언을 한 후로 회비도 안 내고 회의도 참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따로 탈퇴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SK그룹은 탈퇴가 공식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전경련 탈퇴 논의는 내부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회비를 올해부터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탈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몽구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가 있기는 있다"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전경련 해체론 반대에는 손을 들었다.

CJ그룹은 전경련 탈퇴를 결정하기에 앞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CJ그룹은 "전경련 탈퇴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며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전경련 해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수하라'는 요구에 손을 들지 않은 것은 찬성했다는 뜻이 아니라 유보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평소에도 전경련이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지난달 4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CJ의 전경련) 탈퇴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경련에서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화와 한진, 금호아시아나, 포스코 등은 "구체적인 방침이 결정되는 않았다"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완전히 탈퇴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하지만 삼성이 탈퇴를 했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이 쇄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하고 있다"라면서도 "조양호 회장이 청문회 당시 전경련을 탈퇴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현재까지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경유착 고리 떼지 못한 전경련, 어떤 길 밟나

1961년 '한국경제인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 이후 재계 1세대인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등의 기업인 13명이 '일본경제인연합회(게이단렌)'를 벤치마킹해 만든 사단법인이다.

이후 1968년 이름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바꾼 전경련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재벌들을 대변하며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9대에 걸친 정권과 함께 하며 정부의 경제정책과 재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현재는 국내 600여개 기업이 속한 대규모 단체로 거듭났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호소하거나 정책을 개발 및 제안하는 것이 역할이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된 흑역사가 있다.

그동안 전경련은 친재벌적인 경제·노동 정책을 제안하는 등 경제민주화와 어긋난 행보를 걷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국가를 혼란의 늪으로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의혹에 이어 '최순실 사태'의 시발점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출연금 강제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 결정타였다.

박근혜 정권의 요구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금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재단 설립 자금 모금이 자발적이었다고 말했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을 뒤집은 바 있다.

삼성 등 대기업도 이번 사태와 연루되면서 재벌 총수의 청문회 출석, 특검 조사 등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재계 맏형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탈퇴하고 활동이나 회비 납부도 일체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경련 해체론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경련은 국내 600여개 기업 및 단체로부터 매년 약 400억원 회비를 받아 운영된다. 회원사 중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200여억원을 내고 있고, 삼성은 전체 회비의 20∼25%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전경련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인적 쇄신을 하는 등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해체될 위기를 맞았다. 또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초대 회장을 지냈지만 손자인 이재용 부회장의 탈퇴 의사를 시작으로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경련이 해체보다는 새로운 단체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의견수렴, 쇄신안 마련 등 난관이 산재한 상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탈퇴를 공식화했고, SK와 현대차가 회비를 납부하지 않기로 해 4대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4대그룹이 전경련 전체 연간회비의 70%를 부담해온 만큼 사실상 전경련이 와해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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