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복귀를 앞두고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의사제를 둘러싸고 위헌 문제나 실효성 논란 등도 거론되고 있어 '제2의 의정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의사제를 신설하고 가칭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8년도 신입생부터 의대 신입생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지원하고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방식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료사관학교는 국립중앙의료원 부설 교육기관으로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에 나서는 것은 지방 의료 공백과 필수 의료 붕괴 우려에 따른 대책 차원이다. 다음달 1일 복귀를 수련병원 복귀를 앞둔 사직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 의료 공백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의대 신설은 일종의 '의무사관학교'로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구조다.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의대증원'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지역의사제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의대를 설립·운영하고 수업료 등 경비를 부담하지만, 학위를 받은 후 특정 지역에서 10년 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때인 2020년에도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면서 상당수를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무산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다. 이 경우엔 '제2의 의정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2020년에 추진했던 방식인 특별전형으로 선발할 경우 투명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선발과정은 투명하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필수·지역·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소멸 등으로 지방 의료 수요가 부족한 데다 단시간 내 부속병원 확보하고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의대를 설립하기 어려워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기존 지역 의료기관 인프라를 개선하고 필수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황규석 회장은 "지역의료 공백,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사 인력 재배치의 문제로 의료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를 설립하고 의사를 배출하는 데 최소 1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의료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건보강보험 예상 수입액 20%에 상당하는 금액(약 20조원)을 건보공단에 지원해야 하지만 지난해 절반만 지급했고 그동안 지킨적이 없다"며 "이 재원만으로도 지역 의료 공백이나 필수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대 설립에 따른 막대한 비용 등 재정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처 추계에 따르면 공공의대 하나 설립하는데 소요 예산만 평균 2000억원 정도, 최대 36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지난해 국립대 의과대학의 평균 연간 등록금이 학생 1인당 약 8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공공의대 하나 설립하는 비용은 약 2만5000명 지역의사전형 의과대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라며 "공공의대의 경우 설립 비용뿐 아니라 설립 이후 운영비, 교수 확보 문제 등 추가 재정적 부담 및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가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헌법 내용에 위배 되고, 이를 통해 뽑힌 의료 인력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거나, 의무복무를 마친 후 이탈하는 문제 등도 제기된다. 실제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탈하 하거나, 의무복무를 마친 후 대부분 대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김유일 정책이사는 "예전부터 제기됐던 의무복무 제도로 인한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등 위헌 문제, 공공의대 교육의 질 유지 등 교육문제, 배출된 의사 배치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역 정주여건 개선 방안, 지역의료 전달체계 개선, 지역환자 이송 체계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는 지역이나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수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