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8-20 16:24 (수)
잇단 아파트 화재 참사,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소방안전대책 나와야
상태바
잇단 아파트 화재 참사, 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소방안전대책 나와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20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8월 17일 오전 8시 10분께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중 어머니와 아들 등 2명이 숨졌고, 아버지를 비롯한 주민 16명이 다치고 주민 89명도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20층짜리 아파트의 14층 한 세대에서 시작됐다. 950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는 1998년 준공됐는데 당시는 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여서 14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아파트라 화재에 더 취약했을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숨진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은 모자 관계로, 아들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함께 살던 아버지이자 남편인 60대 남성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7월 17일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부산에서도 한 달 새 세 차례 화재로 6명이 숨지는 등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화재 원인은 다양했지만, 모두가 노후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전 지어진 노후 공동주택 단지 4만 4,208가구 중 35%인 1만 5,388만 설치되었고, 65%인 2만 8,820가구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1조 관련 별표 4의 규정에 따라‘층수가 6층 이상 특정소방대상물의 경유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개정됐지만, 이전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고 2004년부터는 11층 이상 아파트 전체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초기 화재 진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것은 위험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소방안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월 2일 밤 10시 58분쯤 부산 기장군 한 13층짜리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11세 여아와 7세 여아 자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라며 사고를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화재 진압 시설이 미비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노후 아파트에 대한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방안 등 개선작업은 더딘 상태다. 그렇다고 계속 뒷전으로만 마냥 미뤄서도 안 될 일이다.

모자의 목숨을 앗아간 마포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는 전동 스쿠터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팩이 발견됐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숨진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방 안에서 전동 스쿠터 배터리를 충전해 왔고, 화재 당시 배터리가 터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감정 기관의 정밀 분석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황상 화재는 아들 방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 스쿠터용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약 배터리 폭발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정부와 배터리 제조사의 관리 강화와 정밀 안전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더구나 배터리 화재 사고는 날로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불쏘시개가 된 ‘리튬 배터리(Lithium battery)’ 관리와 아파트 방화 설비 강화가 당면한 숙제로 급부각할 수 있다.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형 참사를 막는 길이다.

일반적으로 ‘리튬 배터리’는 탈착형이라 대부분 가정으로 가져와 충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배터리는 사용 중 충격이나 과열, 불량 충전 등으로 내부 합선이 생기기 쉬워 폭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리튬 배터리 관련 화재는 총 678건으로, 2020년 98건에서 2021년 106건, 2022년 178건, 2023년 179건, 지난해 117건 등 4년 연속 100건 이상 일어나고 있으며 계속 증가세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나면 소화기 등으로는 진압이 어렵고, 열이 스스로 열을 더 만들어내는 ‘자기 가열(Self-heating)’로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열 폭주((TR │ Thermal Runaway)’ 현상으로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주로 과충전이 이유로 지목된다. 일단 불이 나면 일반 화재와 달리 소화기나 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렵다. 따라서 충전이 완료되면 즉시 전기 전원을 분리하는 등 배터리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배터리를 보관하거나 충전할 때 직사광선 및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하고, 충전 중 부풂·이상열·냄새 등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실내에서 충전하는 건 가연물을 집에 들여놓는 꼴”이라고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번 마포구 창전동 화재처럼, 주거가 밀집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이런 ‘리튬 배터리’ 화재는 큰불로 쉽게 번질 수 있다. 지난 8월 19일 새벽 5시 10분쯤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아파트 화재도 전날 밤부터 캠핑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었다는 집주인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배터리를 감식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 청라 국제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도 부상자 23명·이재민 800여 명에 전소·그을림 등 차량 피해는 2,295대에 달했다.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며칠째 끊겨 ‘전기차 포비아(Phobia │ 공포증)’를 일으켰다. 소방 당국은 취침·외출 시 완전히 충전된 ‘리튬 배터리’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권(强勸)하고 있다. 실내·지하 주차장 등에서의 배터리 안전 관리 요령을 숙지·공유토록 하고, 필요한 진화 설비도 갖추도록 해야만 한다. 이와 유사한 전기이동기기의 배터리 화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오전 2시 21분께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 1층에서 전기 자전거 배터리에서 불이 나 베트남 국적의 유학생이 사망했다. 지난 8월 12일에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공학관 300동에서 충전 중인 무선조종 자동차 ‘리튬 배터리’의 폭발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8일 오후 10시 15분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에서는 상단 선반에 있던 보조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이후 기내에서 보조 배터리는 직접 휴대해야 하는 조치가 강화됐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 주거 형태다. 지난 7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은 총 1,987만 가구로 전년보다 1.7%인 32만 6,000가구나 늘었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은 79.6%인 1,582만 가구였으며, 그중 아파트가 65.3%인 1,297만 가구, 연립·다세대주택이 14.3%인 284만 가구였다. 공동주택은 전년 대비 2.2%인 34만 가구나 늘었으며 이 중에서도 아파트 증가율이 2.7%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노후화·고층화 등으로 화재 원인도 다양해졌다.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아파트의 특성상 소방설비 및 안전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번 서울 마포구 창전동 화재 아파트나 지난 7월 17일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 6명, 중상자 5명, 입원 치료 14명, 이재민 35세대 97명이 나온 화재 역시 가장 기본적인 안전 설비인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런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후 단지엔 국비·지방비 보조 등을 통해서라도 진화·대피 장비 설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만 한다. 주민들도 관리비 부담이 더해질 수 있으나, 화재의 경각심을 높여 방화·안전 시설을 강화해야만 한다.

참고로 부산광역시는 연거푸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재난 약자 화재 예방 전담팀(TF)’을 구성하고 화재 예방 주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담팀은 3개 반 14개 부서·기관이 참여하며 재난 약자의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월 1회 회의를 진행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취약 시설 화재 예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재난 약자 거주 비율이 높은 노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 미설치 현황 등에 대한 세부조사를 이달 말까지 추진하고 관내 3,400여 가구에 달하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노후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소방재난본부, 관할 구·군, 전기안전공사, 민간 전문가 등과 협력해 합동으로 긴급 화재 안전 점검을 전수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다. 주요 추진 사항은 ▷노후 공동주택 전수조사 및 점검, ▷아동·시민 대상 안전교육 훈련, ▷24시간 아이 돌봄 지원정책 강화, ▷재난 약자 대상 안전용품 보급, ▷사회복지시설 안전대책 등이다. 이달 발표 예정인 범정부 종합대책에 맞춰 추진 사항을 내실화한다.

또한, 노후 아파트에 인접한 초등학교 및 화재 우려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및 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후 아파트 인접 초등학교 대상 소방안전교육의 경우 현재 252곳 중 208곳에 방학 전 교육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44곳은 2학기 개학에 맞춰 교육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화재 우려 대상 아파트 42개 단지를 선정해 입주민 중심 소방 훈련을 올해 8월 31일까지 실시한다. 총예산 11억 원을 들여 올해 5,000세대, 내년에는 1만 2,000세대 등 총 1만 7,000세대를 대상으로 고용량 전기 안전 멀티탭과 단독 경보형 연기 감지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야간에 취학 아동을 돌보는 기관 운영시간도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고 돌봄 기관도 올해 26곳에서 내년 5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구 중 먼저 노후 공동주택 거주 세대,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 다세대, 단독주택 등 거주 취약 세대에 대하여 주택용 소방시설(단독 경보형 연기 감지 경보기) 보급 세대 순으로 선정해 보급한다. 취학 전 영유아를 대상으로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돌봄이 가능한 ‘부산형 365 열린 시간제 어린이집’도 지난 8월 1일부터 13곳으로 늘려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야간 어린이집 10곳과 시간제 보육을 제공하는 기관을 10개 반 이상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는 내년도 시범사업을 통해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내년 시범사업으로 노후 아파트 30가구에 무거운 철이 아닌 목재로 만든 방화문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 화재 초기 연기 및 열 차단을 통한 안전한 피난 대기 공간을 확보한다. ‘목재 방화문’은 쉽게 문을 닫을 수 있고 불이 났을 때 연기나 열을 30분 이상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도시공사에서도 임대아파트 전 세대, 관리사무소, 복지관 등에 소화기를 지급하고 10세대에 간이스프링클러를 시범 설치 예정이다. 앞으로도 연내 120가구 추가 설치하고 내년부터 지속해서 매년 130가구씩 보급 범위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공동주택은 3,004단지, 화재 등에 취약한 계층은 약 58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화재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이번 대책의 빈틈없는 추진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화재로부터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안전한 도시 환경 조성과 함께 촘촘한 돌봄서비스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더욱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모처럼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도입·운영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