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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트럼프 발작' 확산…저금리 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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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트럼프 발작' 확산…저금리 시대 끝나나
  • 안명옥 기자
  • 승인 2016.11.1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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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의 재정 확대 정책 등이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채권 금리 상승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채권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 대선 전인 지난 8일 1.857% 수준이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일주일만에 36.4bp(1bp=0.01%포인트)나 상승해 15일 2.221%까지 치솟았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34.1bp올라 3%대에 도달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14.28bp 가량 1%대를 넘나들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것은 향후 정책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과 인플레이션 등의 가능성이 선반영되면서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채권 시장을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6.5%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12월 인상을 점친 전문가 비율은 지난 10월 83.1%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도 급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선 이후 확정이자부( fixed income) 채권으로 인해 발생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1조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반면 채권 시장의 자금은 주식 시장으로 유입돼 '트럼프 랠리'를 이끌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15일 1만8923.0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절하되고 있다.

JP모건의 아시아 10개국 통화지수는 트럼프 당선 이전보다 1.3% 하락해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105 아래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는 트럼프 당선 전보다 3% 넘게 떨어졌다.

자본 시장에서 자금 유출도 가속되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7개국의 주식시장에서 일평균 자금 유출 규모는 9억3000만 달러로 이전 기간에 (10월25일~11월8일 2억8000만 달러) 비해 크게 확대됐다. 필리핀(-4.6%), 인도네시아(-4.4%), 대만(-2.8%), 인도(-2.8%), 말레이시아(-1.8%), 태국(-1.0%), 한국(-0.9%)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외국인 채권 보유 잔액이 큰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유출되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이후 지속해 온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제기된다.

레이건 행정부 집권기인 80년대 초 16%에 육박했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35년 가량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최근 1%대로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거시정책 기조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가면서 이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웰스파고펀드매니지먼트의 마지 파텔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사고의 지평이 바뀌고 있다"며 "채권 수익률은 지난 35년 동안 내리기만 했는데 이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을 100% 이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 이후 행보를 살펴보면 한미 동맹 강화 발언이나 오바마 케어 일부 유지 등 일부 정책 공약에 대해 벌써부터 조정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정책 공약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우선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초기에 선반영해 금리의 추가 조정이 진행되겠지만 일부 반영 후 관망세에 접어 들 전망"이라며 "공약 시행 여부가 확인되기까지 미 국채 금리는 추가 상승 압력은 높아지더라도 2% 중반에서 상승세를 멈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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