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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값 10% 인상…조선 '울상' 철강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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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값 10% 인상…조선 '울상' 철강 '무덤덤'
  • 윤이나 기자
  • 승인 2016.10.24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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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업계, 3년만에 톤당 5만원 인상에 합의 
철강사 "배려 계속되면 손해" VS. "한 푼이 아쉬운데…" 뼈 아픈 조선사

국내 대표 기간산업인 조선·철강업계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의 올 하반기 납품가를 t당 약 10% 인상하는 데 합의하면서 양측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그간 가파른 원재료가 상승을 감안하면 후판값 10% 인상은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무덤덤한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후판 공급사들은 올 하반기 후판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인상하는데 최근 합의했다.

 


후판 공급 가격은 최근 3년여간 t당 50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왔다. 철강사들이 급속도로 악화된 조선업계의 형편을 배려해온 영향인데 이번 협상을 통해 약 10%가량 인상이 이뤄진 셈이다.

조선·철강업계는 보통 1년에 2차례 후판값 협상을 가져왔다. 올 하반기 협상의 경우는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5개월 넘게 진행됐다.

실제로 양측 모두 후판값 변화에 크게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조선사의 경우 선박 건조 대금 가운데 후판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0% 정도이고 철강사 또한 후판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20%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호소하면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고 철강업계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조선업계의 사정을 배려해 3년 가까이 후판 가격을 동결해왔다"며 "더 이상 배려가 계속될 경우 철강사들이 크게 손해를 보면서 후판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그간 원재료값 인상을 감안하면 t당 5만원을 인상해도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40.6달러에서 최근 57.09달러까지 약 42%가량 올랐다. 원료탄 가격의 경우는 지난 7월 t당 90달러대 후반에서 최근 200달러 넘게까지 120% 이상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철강사들도 열연, 냉연 등 제품의 가격을 연초부터 현재까지 t당 15만~20만원 가량 올린 상태다.

이번 인상배경에는 법정관리 상태인 STX조선해양이 밀린 후판 외상값을 갚지 않고 버티기로 나오면서 철강사들이 한층 냉담해진 영향도 있어 보인다. 일부 업체들은 3분기 실적에 STX조선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외상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선업체들은 철강사들의 그간 배려를 인정하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그간 조선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해온 점을 인정하지만 최근 극한의 비용절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후판값 인상은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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