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경제의 버팀목 중 하나인 '타이어 강자' 금호타이어가 결국 파국에 직면했다.
'끝장 교섭'이 번번이 결렬되면서 노사 설립 42년 만에 최장 파업, 최장 직장 폐쇄 기록을 갈아치웠다. 설상가상으로 본교섭은 5일째, 대표자간 단독협상은 사흘째 중단된 상태다.
노사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사이 협력사와 대리점의 연쇄 피해는 현실화되고, 지역민의 '반(反) 금호타이어' 정서는 커지고 있어 대타협을 위한 상생의 퇴로가 절박한 상황이다.
기업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8개월 여 만에 노조가 파업의 깃발을 치켜든 지 13일로 32일째다. 4일 간의 부분 파업에 이어 8시간 전면 파업이 28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파업은 1989년과 1994년 파업을 뛰어 넘는 역대 최장기다. '1994년 파업'은 광주·전남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6월 하순부터 한 달 간 진행됐다. 3대의 헬기와 중장비, 35개 중대의 전투경찰 등 공권력에 노조원들은 바리게이트와 타이어로 맞섰고, 공장에서 쫓겨난 노조원들은 전남대에 집결해 투쟁을 이어갔다.
'1989년 파업'은 노조의 75%, 사측의 16% 임금 인상안이 부딪히면서 태업과 고발, 휴업, 징계 등의 진통을 겪으며 32일 만에 막을 내렸다.
2014년도 임단협 타결 당시 '불씨'로 남아 있던 임금협상이 결국 올해 노사갈등의 뇌관이 되면서 1973년 노사 설립 이후 42년 만에 최장 파업 기록을 갈아치워게 됐다.
회사 측이 맞불로 놓은 직장 폐쇄는 4년6개월 만으로, 통상 1주일 안에 해제됐던 것과 달리 이번엔 1주일을 넘어서 장기화 조짐마저 낳고 있다.
◇본교섭-대표자 교섭 무산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5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7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일시금 지급 규모와 무노동 무임금 보전 여부 등을 놓고 평행선 대립이다.
본교섭은 지난 8일 이후 중단됐고, 대표자 협상도 9일부터 이틀간 김창규 대표와 허용대 대표지회장 간 1대 1 끝장 교섭으로 진행됐지만 합의 도출엔 실패했다. 추가 협상도 미지수고, 열리더라도 극적 타결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허 지회장은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임금손실액이 1인당 300만원을 넘어선 만큼 보전 방법으로 사측이 제시한 일시금 300만원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한 반면 김 대표은 장기 파업으로 손실이 발생한 만큼 일시금 상향은 어렵다는 원칙론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말에 이어 휴일인 이날도 노조원들이 자택파업을 벌여 대타협의 기회는 14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최근 "노조 측이 직장 폐쇄 후 집회 등을 이유로 운동장 시설물을 무단 훼손했다"며 노조 대표지회장과 곡성지회장, 일반 노조원 등 모두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 원재료 입고와 제품출하를 위해 사용중인 임시출입문을 차량으로 막아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일부 노조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도 맞대응했다. 불법 대체근로를 문제삼아 김 대표 등을 광주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전면파업 이후 대체근로자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이미 퇴직한 협력업체 직원을 생산라인에 투입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또 지게차 운전기사 중 일부가 무자격자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