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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 고강도 구조조정, 기간산업 붕괴 막고 경쟁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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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 고강도 구조조정, 기간산업 붕괴 막고 경쟁력 강화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8.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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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최근 일부 ‘생산설비 가동’ 중단에 이어 ‘공장 철거(스크랩 │ Scrap)’에도 나섰다. 정부가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산업의 회생(回生)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이 큰 위기”라며 관계 부처에 신속한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산업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통 산업도 포기하면 안 된다.”라며 “기업도 책임감을 자지고 동참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안으로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화학 업계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촉구하면서 “무임승차하는 기업에는 범(凡)부처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야만 한다.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이미 3~4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들어 부쩍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평균가동률은 일제히 하락세(下落勢)를 보였고, 일부는 60%대까지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만 한정해도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 손실이 4,762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 손실 7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7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경영 악화가 계속되자, 울산에 있는 롯데케미칼과 효성화학 등 10개 공장은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장 건립을 무기한 연기했다.

국가 주요 기간(基幹)산업으로 수출의 견인차(牽引車)로서 역할을 다해온 석유화학산업은 지금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으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한때 영업이익 1조 원이 넘었던 여천NCC가 자금 경색으로 부도 일보 직전에서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각각 1,500억 원씩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을 정도다. 여수·울산·대산 등 석화 국가산업단지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수요 부진, 친환경 전환,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뒤얽힌 누란지위(累卵之危)의 복합 위기에 갇혀 공장 가동도 제대로 안 되는 지경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진행한 컨설팅 용역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조조정 없이 현재의 불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3년 뒤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절반 정도만 생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특히 프로판탈수소화 설비가 집중된 울산은 공급과잉이 더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위기에 빠진 것은 석유화학산업뿐만이 아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산업도 값싼 중국산 과잉 물량 유입과 미국의 50% 품목 관세 철퇴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 등 고강도 구조조정의 자구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국가 산업의 뿌리인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제조업 일자리가 1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 석화·철강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위기의 제조 산업을 되살릴 ‘골든타임(Golden-time)’을 놓치지 않으려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합병, 생산설비 통합 등을 정부 주도로 서둘러야만 한다. 또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런 과정들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서둘러 손질하고 세제와 금융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에도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업 재편을 뒷받침할 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등은 당연히 필수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비핵심 사업 정리와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 등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만 한다.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딛고 부활한 K-조선의 뒤를 이어갈지, 공멸의 늪으로 빠져들지 성패(成敗)의 갈림길이 바로 지금 이 지점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석유화학은 물론 철강·건설 등 전통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역대 정부는 인원 감축 등의 고통을 수반하는 내핍(耐乏)과 구조조정 작업을 차일피일(此日彼日) 늦추면서 시간만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기간 인기는 없겠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선 꼭 단행해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시는 평가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못 세겠다.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라고도 지시했다. 무려 331개에 달하는 공공기관 부채가 4년간 200조 원 이상 늘어날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관장 평균 연봉은 2억 원에 육박하고, 직원 보수는 평균 7,000만 원을 넘는다. 공공기관 문제 역시 역대 정부마다 개혁 1순위로 내세웠지만 ‘낙하산 인사’ 수요가 넘치는 데다 노조 반발 등으로 그 결과는 용두사미(龍頭蛇尾)로 지지부진(遲遲不進)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대대적인 공공 부문 개혁이 과감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는 발언도 ‘전기 요금 인상’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탈원전’의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값이 급등하는데도 5년간 전기 요금을 단 한 차례 인상하는 데 그쳤다. 그 바람에 한전은 부채 200조 원에 하루 이자만 120억 원이 넘는 부실기업으로 추락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異見)을 달 수 없다. 공공기관 개혁, 산업구조 조정, 전기 요금 인상 등은 역대 정부가 미루고 미뤄온 국가적 과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점만도 충분히 긍정 평가할 일이다. 문제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지느냐의 문제다. 포퓰리즘(Populism)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이재명 정부가 과연 노조를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이겨내고 인기 없는 정책을 과감히 밀고 나갈지 의문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차제에 이재명 정부가 침묵해 오고 있는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의 국가적 의제도 선제적으로 나아가 공론의 테이블에 올려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가야만 한다.

국제유가 하락 폭 확대와 제품 스프레드 개선, 가동률 상승, 중국발 공급과잉 완화 영향에 석유화학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화학제품 중간재 수요가 증가하고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로 하반기에 6.3%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지만 부진한 경기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2,200만 톤(t)에 달하는 세계 에틸렌, 프로필렌 등 생산설비를 줄여야 점진적인 회복세를 통해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년에도 여진(餘震)이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남는다. 가격 갈등과 세무 분쟁, 중국발(發) 공급과잉 등 근본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간투자 회복과 함께 정부 차원의 세제지원, 기업결합을 위한 규제 완화, 양도차익 과세 유예 확대 등과 금융수단 활용도 긍정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중장기 산업 전략과 예측 가능한 정책 방향에 대한 검토와 출구 전략을 통해 안정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외환위기 때 산업 구조조정 수준을 능가한 고강도 대책으로 위기 타개에 선제적·적극적·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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