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기싸움을 이어가면서 원자력방호방재법안을 포함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계류 법안처리가 표류하고 있다.
국익이나 민생과 관련돼 정쟁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법안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가급적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논란이 되는 방송법 개정안은 뒤로 밀어놓고, 원자력방호방재법안이라도 일단 3월 국회에서 '원포인트'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과 함께 112개 미방위 계류 법안을 일괄처리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처리를 요구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민영방송에도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이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새누리당은 정치권이 방송에 개입하는 셈이라는 논리로 '처리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방송법을 포함한 112개 미방위 계류법안을 처리키로 한 여야 합의를 새누리당이 뒤집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의결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인 방송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의결을 마친 사안까지 뒤집은 적이 있다"고 맞받는 양상이다.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면서 양측 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도 지적되고 있다. 미방위는 그간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법안처리 '0'건 상임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도 쟁점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원자력방호방재법 외에도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의 후속조치 격인 개인정보보호법 등 주요 민생 법안의 처리도 막혀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길에 오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빈 손'으로 회의에 참석해서는 국제적 신뢰에 금이 가고 결국 '국격'에도 타격을 받는 만큼 '24일 전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 없이는 협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의 중요성을 집중 홍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전략적 실패"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해당 법을 중점추진법안으로 선정해 추진했을 경우 야당이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며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익과 민생 관련 법안까지 쟁점법안에 연계해 처리하지 않는 점을 놓고도 정치권 안팎의 비판론이 만만치 않다. 국익·민생 법안이 이해 관철을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안인 원자력방호방재법에 대해 다른 법안과 연계해 처리를 지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더라도 중요 법안을 발목잡는 민주당의 행태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이견이 없는 법안은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생과 정쟁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