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 제대로 못한다고 질책을 받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줘야 일을 할 것 아니냐."
지난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여야 간 정치적 쟁점으로 인해 188건의 계류 법안 중 'ICT 특별법'인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단 1건만 처리하고 주요 법안은 통과시키지 못하자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공무원들이 내뱉은 하소연이다.
18일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 등 소비자를 보호하고 경제활성화에 파급 효과가 큰 법안들이 아직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과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미래부에서도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부 입장에서도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향해 정부 부처로써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그저 2월 임시 국회의 상황만을 지켜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처럼 미방위가 지난해부터 법안 통과를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른바 공영방송사 낙하산 사장 방지법이라 불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해직언론인 복직, '방송법' 등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 되지 않으면 다른 법안도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민생과 관련된 법안부터 처리해야 된다"며 이에 반대하면서 끝내 입장을 좁히지 못해 지난해 12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파행됐다.
하지만 해를 넘기고 나서도 여야는 '식물 국회'가 돼 버린 미방위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법안 처리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2월 국회에서도 ICT 관련 법안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고 그나마 과학분야 관련 주요 법안인 출연연법, 과학기술기본법, 원자력안전위원회 법 등 3여건 정도만 합의된 상태다.
결국 이러한 여야 다툼으로 인해 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이번 2월 임시 국회는 사실상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입법기회다. 4월 임시국회는 정치권이 지방선거 모드로 들어가면서 입법에 신경을 쓰기 힘들고 6월 이후는 미방위 소속 의원들이 대거 국회 상임위를 바뀌면서 법안 통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ICT의 주요 법안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IPTV-위성방송 합산규제' 등 쟁점이 심한 법률은 장기 표류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본격적으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국회의 법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다"라며 "미래부에서도 국회 지도부와 미방위 소속 위원들을 만나 법안 통과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미방위에 총 상정된 330여개 법안 중 미래부 관련 계류 법안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88건으로 그 중 주요법안 18건이다. 과학기술분야는 66건, ICT는 113건, 우정사업분야는 9건이다.
과학기술분야의 주요 법안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 과학기술기본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기술사법, 우주개발 진흥법, 과학기술인 공제회법 등이다.
ICT분야의 주요 법안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공사업법,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 전파법, 데이터베이스산업 진흥법,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 방송법, 전기통신사업법, 우편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