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을 맞아 각종 현안을 놓고 대치 중인 여야가 24일 현재 상호 불신에 빠져 좀처럼 정국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은 국정원개혁특위 활동과 특별검사 수사 관련 여야 합의를 깼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전날 민주당과 야권의 특검법 발의 소식과 관련, "지난 4자회담에서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교섭단체간에 계속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교섭단체도 아닌 분들과 특검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은 합의정신에 반한다"고 야권을 비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이득을 봤던 것들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서 특검법을 꺼내든 것이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새누리당은 또 예산안과 민생법안, 국정원개혁 입법 등과 관련해 야당이 '먹튀'를 할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국정원개혁특위 협상과정과 관련,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대신)국정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이버 테러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좋다"며 "(이 문제들을 내년 2월에 처리한다고 미루면)민주당이 먹튀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국정원개혁이란 성과를 거두고 나면 민주당이 입을 닦고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는 게 새누리당의 분석으로 보인다.
야당 입장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민주당은 철도민영화 금지조항을 철도산업발전법 안에 포함시키자는 자신들의 주장을 거부하는 정부와 여당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KBS1라디오에서 "정부가 진정으로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민주당이 제시한대로 법적인 장치를 만들면 된다"며 "그런 길이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그걸 왜 받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야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의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대선공약 후퇴 내지 파기 사례를 꼽고 있다. '철도민영화 논란보다 사회적으로 더 파장이 큰 대선공약까지 파기했는데 이번 민영화를 안 하겠다는 약속쯤이야 더 쉽게 어길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국정원법에 국정원 통제방안을 명시하자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족쇄를 채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 국정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법제화를 강하게 주장하도록 만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연말정국에 임하는 여야가 상호불신의 늪에 빠지면서 4자회담 시 합의됐던 국정원 개혁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 각종 민생 법안 처리까지 불발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