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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감사 앞두고 '혁신학교 소나기' 피하려 꼼수 부리는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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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감사 앞두고 '혁신학교 소나기' 피하려 꼼수 부리는 서울교육청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1.15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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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슈가 된 거 빨리 설명해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기자) "행정감사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먼저 설명하면 시의원들이 언짢아한다. 다음 주 행정감사 때 어차피 얘기가 나올 것이므로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문용린 교육감)

서울시교육청의 2014학년도 예산안이 11일 공개됐다. 문용린 교육감이 부임한 이후 처음 짠 예산안으로 교육계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가장 큰 이슈가 된 사안은 곽노현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으로 분류되는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절반 이상 대폭 삭감한 것이었다. 문 교육감은 이 예산을 올해 97억원에서 내년 40억원으로 60% 가까이 삭감,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을 지지해 왔던 시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교육위원회 최홍이 위원장은 "아무리 곽 전 교육감이 하던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예산을 없애버리면 시의회 입장에서 순순히 '문용린표' 예산을 심의하진 않을 것"이라며 "시의원들이 갖고 있는 건 예산 심사권밖에 없는데, 신랄하게 예산 심사를 하겠다"고 별렀다.

혁신학교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혁신학교 정책 변화에 대한 문 교육감의 의지 역시 자연스레 표출됐다. 먼저 기존 혁신학교들에 대한 지원 예산은 대폭 줄었다. 있는 학교에 대한 지원 예산도 감소하는 마당에 새로운 학교를 지정해 지원할리는 만무, 혁신학교에 대한 추가 지정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애써' 혁신학교 정책 변화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11일 예산안 설명회 당시 기자들의 질문은 '혁신학교'에 집중됐지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후 19~22일로 예정된 본청 행정감사 전에 혁신학교 정책 변화에 대해 미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교육청은 13일로 설명회 날짜를 잡았지만 바로 다음날 "정책 정리가 안 됐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는 바로 탄로 날 '거짓말'이었다. 문 교육감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교육청 입장은 다 정리가 됐지만 행감 전에 이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행정감사 때 어차피 얘기가 나올 것이므로 그때 기사를 써라"라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정말 시의원들 때문에 혁신학교 정책 설명회를 연기했을까. 정작 시의원들은 문 교육감의 발언을 듣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의원 중 한 명인 교육위 윤명화 부위원장은 "혁신학교 예산안 삭감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지 시의원들과 미리 논의 한 번 없었던 문 교육감"이라며 "언제부터 문 교육감이 시의원들을 그렇게 신경 썼나"고 콧방귀를 꼈다.

윤 의원은 "혁신학교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되면 행감과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본인의 중요 사업이 타격을 입을까 애써 축소하려는 것 같다"며 "시의원들을 너무 하수로 보고 얕은꾀를 쓰고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가"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혁신학교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설명회를 행감 이후로 미루겠다는 교육청의 입장은 '어차피 혁신학교 문제로 행감 때 난타당하겠지만 최대한 덜 맞고 싶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서울 교육 정책에서 궁금해 하는 점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서울교육청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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