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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發 ‘재정 공약’ 예산안 심사 재정당국과 충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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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發 ‘재정 공약’ 예산안 심사 재정당국과 충돌 조짐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11.0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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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국민 재난금·지역화폐·손실보상 증액 요구
재정당국, 재정악화 이유 반대…내년 나랏빚 1000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시동을 걸었다. 여기에 지역 화폐 예산 증액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액 확대 등도 요구하면서 재정 당국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곳간 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라 살림이 악화된 만큼 점차 재정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또한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에 반대하면서 국회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상암농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인당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100만원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48만~50만원 지급됐다”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최소한 30만~50만원 정도는 더 지급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능력이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재정 판단의 오류”라며 “금액이나 시기는 당, 재정 당국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정부와 협의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정부가 그동안 반대해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10만원)을 늘리고 보상액을 증액해야 한다고 당에 요청했다. 자영업자들의 보상금 액수가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을 올해 21조원에서 내년 6조원으로 축소한 것을 두고도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나섰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도, 경제가 호전된 것도 아닌데 (지역 화폐 예산을) 줄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정기국회에서 증액해서 위기를 넘어가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선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증액을 언급한 만큼 민주당 또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 후보의 발언에 힘을 실으면서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 증액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 후보와 여당의 뜻에 재정 당국이 순순히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대해 왔다. 올해만 하더라도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해왔으나 홍 부총리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가구 하위 88% 지급으로 결정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출장지인 이탈리아에서도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과 관련해 “로마까지 와서 답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1인당 50만원씩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최소 2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예년 수준으로 지역 화폐 예산 증액, 손실보상액 확대 등을 모두 본예산에 끼워 넣을 경우 국회에 제출한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650조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 건전성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963조9000억원에서 내년 1061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이 임기 5년 동안 400조원 넘게 증가하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또한 올해 47.2%에서 내년 49.9%로 치솟게 된다. 예산을 증액할 경우 국가채무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지난 9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정이 상당 부분 어렵다”며 재정 악화를 우려했다. 국가채무 절대 규모는 양호하지만, 나랏빚이 쌓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정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도 ‘포퓰리즘’ 재정 증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다음 달 2일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킬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원희룡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손영택 대변인은 “이 후보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급기야 금권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포퓰리즘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국민의 세금은 집권여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곶감 빼먹듯 하는 꿀단지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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