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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종전선언 호응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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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종전선언 호응 진의는?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09.27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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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퇴짜 맞은 北, 다시 文정부 압박 시도
美 “전제조건 없이 만나야” 떨떠름한 반응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반도 정세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어 종전선언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한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4~25일 연이은 담화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여정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두라고 요구조건을 내밀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이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 대비 태세, 그리고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한국 정부에 이 같은 대북 적대시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 셈이다.

김여정은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주장을 내들고 조선반도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포기 요구는 물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여정이 이 시점에서 다소 무리한 듯한 요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문 대통령이 지난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해석한 듯하다. 북한은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남북 연락선을 복원하면서 그 대가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랬던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종전선언을 재차 주장했다. 종전선언은 주한미군과 유엔군 사령부 주둔의 근거를 약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이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처럼 변화의 기미가 보이자 북한은 이를 문재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한 발짝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덥석 제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내년 베이징올림픽 참석 등을 계기로 한국의 적극적인 행보를 무기 삼아 대북제재 완화와 핵보유국 인정, 한미 군사대비태세 이완 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 같은 흐름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뉴욕 외신기자클럽이 개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이미 여러 번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사가 없으며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종전선언 등 전제조건을 달고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에게 협상의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북한의 수락이 자칫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내놔야 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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