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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싸움' 최대 피해자는 최재형…선거전략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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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싸움' 최대 피해자는 최재형…선거전략 딜레마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08.2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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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갈등', 정국 뇌관 급부상…최재형 주목도 떨어져
'집토끼 먼저 잡냐, 산토끼 먼저 잡냐' 지지율 부양 고심
정치철학 재점검, 정책개발·이슈몰이 신경 쓸 필요도
최재형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준석 당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측의 경선 주도권을 노린 샅바싸움에서 의도치 않게 최대 피해자가 됐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을 맹추격하며 대안후보로 거론됐던 최 전 원장은 이른바 '이(李)-윤(尹) 갈등'이 불거진 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이 소위 '李-尹 갈등' 국면에 갇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윤 전 총장과의 양강 대결구도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최 전 원장은 야권의 주요 이슈를 잠시한 '李-尹 갈등'이 터지기 전까지는 지지율이 비교적 상승세였다.

최 전 원장의 6월28일 사퇴 무렵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6월25~26일)에선 4.4%를 기록한 데이어, 7월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KSOI 여론조사(7월16~17일)에선 9.0%로 올랐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이 8월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같은 기관 여론조사(8월6~7일)에선 5.3%로 하락했다. '李-尹 갈등'이 악화됐던 시기의 KSOI 조사(8월13~14일)에선 6.7%로 상승했으나 홍준표 의원(16.6%)과 유승민 전 의원(11.4%)에 밀려난 4위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입당 후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올라 한동안 컨벤션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슷한 시기에 불거진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 논란에 이어 '이준석 탄핵', '저거(윤석열) 곧 정리된다' 발언 등 윤 전 총장측과 이 대표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최 전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주목도는 떨어졌다. 

최 전 원장 대선캠프는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처럼 보였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을 주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여론조사의 역선택에 대한 문제제기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지만, 당 최고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배제하기로 한 경선안을 의결한 당 지도부로선 기존 결정을 뒤집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역대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둔 전례가 없고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데다, 경선룰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선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대세론의 마지노선인 두 자릿수 지지율 달성도 위태롭게 되자, 최 전 원장의 선거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 전 원장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집토끼'와 '산토끼'를 놓고 우선순위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아직 당 내 조직이나 지지기반이 부족해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를 잡기 위해선 보수 색채를 강화해야 하지만, 이 경우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선 단계에서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를 만큼 여론조사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토끼만을 공략할 순 없다.

반대로 중도·무당층으로의 확장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산토끼' 잡기에 전력을 쏟을 경우 보수 성향이 대다수인 당원들의 표를 얻는데 리스크가 크고 대선주자로서 당 내 입지도 흔들릴 여지가 있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본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심(黨心)이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도 있다. 최 전 원장으로선 집토끼와 산토끼 중 공략의 우선순위를 놓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이같은 전략보다는 근본적으로 최 전 원장이 정치철학을 재점검하고 이에 기반한 정책이나 이슈를 띄워 바람을 일으키는 게 '토끼몰이'보다 더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 전 원장의 지지율 하락 이면에는 대선출마 선언 당시 주요 현안이나 쟁점 등에 대한 정책능력이나 이해부족을 드러낸 점이 표면상의 '李-尹 갈등' 보다 더 치명적인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안 된 '정치신인'으로서 준비부족을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상당수 지지층이 이에 실망하고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이 '李-尹 갈등' 국면에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동시 비판하는 양비론 대신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의 경선 관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 구도를 연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목도를 높여 경선 전략으로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한 측면은 있지만, 당 안팎에선 "양치기 소년(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대표를 제물 삼아 본인이 크냐(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나올 만큼 정치적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정국에서 노이즈마케팅은 인지도나 지지율이 낮은 군소 잠룡의 전략으로 적합한 만큼 원 전 지사보다는 지지율이 높은 최 전 원장이 굳이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리스카 큰 선거전략을 택할 필요는 없다.

대신 최 전 원장이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을 대체할 대안후보로서 부각되기 위해 본인의 정치철학에 기반을 둔 정책을 내놓거나 대선국면에서 주도권을 잡을 만한 이슈를 띄우는데 전략적으로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국민의 삶을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는 발언은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최 전 원장의 정치철학에는 부합할 순 있지만 기회 박탈 논란이 일고 있는 불공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국민적 기대나 시대 흐름과는 거리감이 있어 이를 보완할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최재형 후보가 국가관이 명확하고 공동체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헌신할 것처럼 기대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근래 발언을 보면 전형적인 자유주의 모습"이라며 "국가적 위기에선 공동체적 의식이 강해지고, 지금과 같은 코로나 위기에선 공동체적으로 같이 잘 해보자는 분위긴데 당연히 개인주의 보다는 공동체주의적 사고방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최 후보는 국민들이 기대했던 국가적 정체성이나 통치 이념하고 본인이 표방하는 것이 불일치되는 경향이 있는데 국민들한테 혼선을 주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바로 잡지 않고 '반문 공격'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며 "윤석열 후보에 비해 좀 더 포용성이나 품위가 있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는데 요즘 행보를 보면 급해 보인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이 국정비전이든, 정책이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이슈를 빨리 던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은 경선 일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대선주자 간 정책 경쟁은 여권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외에 눈에 띄는 정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재형 후보는 초반에 윤석열 후보보다 먼저 입당하면서 기대를 모았는데 출마선언 때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노출하면서 (지지율이) 추가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그럼 그 뒤에라도 비전이나 이슈를 잘 발굴해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처럼 이슈몰이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준비 부족이라 잘 안 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점차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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