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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 곳곳에 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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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 곳곳에 독소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08.18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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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못숨겨…언론활동 위축될 것”
▲ 정의당-언론4단체 '언론중재법 재논의 촉구 공동기자회견'. /뉴시스
▲ 정의당-언론4단체 '언론중재법 재논의 촉구 공동기자회견'. /뉴시스

여권을 중심으로 언론 보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강화한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으면 최대 5배에 이르는 배상 책임을 물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따른다.

뿐만 아니라 기사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이 입증하도록 하고 손해배상 범위에 관한 법원 재량을 제한해, 사실상 기존 법체계를 흔드는 입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관한 수정안을 내놨다.

수정안은 언론의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입으면 최대 5배까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한다. 정확한 손해배상 금액을 따지기 어려울 때는 보도를 한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지난해 매출액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손해배상이 청구되면 기자나 언론사가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언론보도와 자신이 입은 고통의 인과관계를 재판 과정에서 소명해야 했다. 그러나 반복적인 허위보도를 하는 등의 경우에는 기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게 수정안의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취재 과정에서의 법률 위반 ▲정정보도청구 표시 누락 ▲정정·추후보도 검증 없이 인용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 ▲기사제목 및 사진·영상 왜곡 등이 그 대상이다.

다만 대통령 등 공직자나 대기업 임원이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공익 및 김영란법 등에 관한 보도를 했을 때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 밖에 기사 열람을 차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정보도는 서면뿐 아니라 이메일과 홈페이지로도 가능하도록 했다. 정정보도 청구를 받은 언론사는 기존 보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분량을 게시해야 하며, 제목과 본문 등에 정정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를 처리할 전담인력도 두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법안이 언론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취재원이 누군지 못 밝힌다는 게 언론사의 권리다”라며 “그런데 언론중재법은 이러한 취재원 비닉권을 형해화시킬 수 있다. 소송이 걸리면 억대인데 취재원을 밝힐 수밖에 없고, 취재 활동이 자연스럽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기존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가 직접 자신의 기사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일반적인 손해배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손해배상 금액에 관한 법원 재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명예훼손 등 민사사건은 피해받은 사람이 입증하라는 게 대원칙인데, 이를 바꿀 때에는 합당한 사유와 명분 있어야 한다”면서 “왜 언론에 대해서만 (고의·중과실 추정 원칙을) 도입할 명분이 부족하다. 다른 민사상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전부 도입하는 게 형평에 맞다”고 분석했다.

다른 변호사는 “의료·환경분야는 전문적이다 보니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직접 밝히기 힘들어 기관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한다”며 “그런데 언론에도 입증 책임을 부과하려면 언론의 특성이 심도 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손해배상 기준을) 언론사 매출액으로 하면 법원의 재량을 제한하게 되는 것”이라며 “법원이 손해 정도를 살펴보고 적절한 손해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위·조작보도를 막겠다는 입법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입법 취지가 허위·조작보도를 막기 위한 것인데 언론에선 악의적으로 정정보도 내는 사람들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면서 “악의적으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면 기사가 진실이 아니라고 왜곡된 시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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