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군소잠룡들, 경륜·개혁보수 등 부각해 차별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 대권싸움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군소 잠룡들은 다선의 의정활동 경험에 기반한 정치 경륜과 경제통, 행정경험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역전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적통을 가진 당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지만 대권주자로선 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군소 잠룡들이 경선 규칙이 확정되고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가운데 일찌감치 담금질을 마친 유승민 전 의원은 트레이드 마크인 개혁보수를 내세워 외연 확장력을 키워가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를 거쳐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내 개혁보수 주자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데다, 보수 정치의 혁신을 요구하는 시류와도 맞아 떨어진다.
무엇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통인 만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대책 등 경제 정책을 틈날 때마다 비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 개발을 위한 '디지털 혁신인재 100만명 양병론', 수도권 민간·공공주택 150만호 공급, 부동산공시가격검증원 설립, 국민연금 개혁 단행 등의 공약까지 내걸고 다른 대권주자들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
도지사 중도 사퇴까지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치경험과 행정경험을 모두 갖춘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3선의 의정 경험과 재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의 행정력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 능력 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전날 한국기자협회 대선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앞으로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지녀야 할 행정능력과 정치력, 그리고 갈라진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인성과 철학, 비전과 능력에 대해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국민이 묻고 찾을 거라 생각한다. 저는 준비돼있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정권교체를 위한) 큰 역할을 해주겠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인가를 두고 국민들이 큰 물음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현역·원외 당내주자 캠프에만 소속 의원들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을 받기 힘든 처지에 놓인 것과 달리, 원 지사는 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원 지사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 모임인 '희망포럼'에는 30여명의 현역 의원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세(勢)를 과시했다.
감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은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매서운 '윤석열 저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 당시 홍 의원은 "검찰총장은 법의 상징인데 그런 분이 정치판에 등판하기도 전에 20가지에 달하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을 향해선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 알 수가 없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할 무렵에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의 수사에 윤 전 총장이 관여한 사실을 들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한 바 있다.최근에는 SNS를 통해 'jp의 희망편지'를 띄우며 정책·공약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기 싲가해 정책 승부에 전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남녀공동복무제 등을 공약으로 들고 나와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PK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김태호 의원은 백신 부족 사태 해소방안, 재난지원금 지급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을 촉구했다.
초선 의원 중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진 윤희숙 의원은 가장 첫번째 공약으로 노동개혁을 내걸고 "투쟁만 고집하는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화, 주52시간제 탄력적 적용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