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과하고 종부세 완화 뚝심…'대깨문' 일갈도
종부세 완화 뚝심, '대깨문' 일갈…최재형 조문까지
중도 확장에 필사적…宋 차차기 대망론엔 손사래

중원을 향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신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깨문' 발언을 향한 친문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도 아랑곳 없이 '박정희 예찬'으로 맞불을 놓았다. 일련의 중도 클릭, 탈이념 행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힘 대개조'에 비유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송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 너머 '큰 꿈'을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송 대표는 지난 7일 당 반도체기술특위 회의에서 "박정희 정권이 포철을 만든 것을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로 생각한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 야당이 반대했지만 경부 고속도로를 개통시키고 포항제철을 만든 것은 국가 발전에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만주국 시절에 야하타 제철소를 벤치마킹한 중국 요동성의 안산 제철소를 벤치마킹했고, 만주철도의 원료를 만드는 현장을 경험했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포철 신화'를 언급한 것이지만 그 기원을 박 전 대통령의 일제시대 만주군 장교 경력에서 찾은 셈이다.
이런 '박정희 재평가'는 예견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송 대표는 지난 5월 3일 취임 후 첫 행보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방명록에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또 "국제 정세를 제대로 본 것은 이승만과 김대중이 유일하다"는 평가도 남겼다.
파격은 역사적 재평가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다. 당대표 취임 후 고심끝에 '조국 사과'를 감행했다. 이로써 4·7 재보선 참패로 뒤숭숭하던 민주당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상위 2%'로 완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놓고 당내 진보 그룹과 친문의 반발이 있었지만 난상토론 끝에 당론 채택을 관철시키는 뚝심도 발휘했다.
'대깨문' 금기를 깨며 친문 강성 지지층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송 대표는 지난 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재명 비토' 성향의 친문을 '대깨문'으로 지칭하며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에 친문 진영에서 사과요구가 빗발쳤지만 송 대표는 도리어 "민주당이 변화돼 국민의 기대를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많은 당원들의 평가"라고 응수했다.
야권 대선후보군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 빈소에 조문도 갔다. 둘째 형님과의 개인적 인연을 이유로 밝히면서 최 대령이 한국전쟁 영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취임 초 "유니폼 입은 분들께 소홀했다"면서 천안함 전몰 장병들을 언급하는 등 안보·보훈 분야에 깊은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송 대표의 행보는 대선승리를 위해선 중도층으로의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로 드러난 민심도 중도 확장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9일자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31%로 '국정농단' 후 4년 9개월만에 야당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도층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9% 동률을 이뤘다.(6~8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송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 치러진 지난 전당대회 국면에서 "민주당 당명 빼고 전부 바꿔야 한다"면서 쇄신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를 좁히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송 대표가 정권 재창출 성과를 업고 '차차기'를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 대표로 지난 2017년 19대 대선을 승리로 이끈 후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1963년생으로 올해 58세인 송 대표로선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송 대표 측은 이같은 해석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금은 정치 생명을 걸고 정권 재창출에 올인한 상태라는 것이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당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이지만 사실상 3월 대선이 1차 임기나 마찬가지다. 대선을 지면 지도부 총사퇴 뿐"이라며 "지금은 4기 민주정부 수립 외에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