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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갈등 고조 與 ‘경선 연기론’ 2대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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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갈등 고조 與 ‘경선 연기론’ 2대 쟁점은?
  • 안명옥 기자
  • 승인 2021.06.20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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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흥행 위해 집단면역 이후에 vs 인물로 승부
컨벤션 효과 최대한 누려야 vs 시간벌기에 불과
▲ 악수 나누는 정세균-이낙연. /뉴시스
▲ 악수 나누는 정세균-이낙연.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선출을 현행대로 9월에 할지 연기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당 내에서는 찬성파와 반대파의 논쟁이 뜨겁다.

대선기획단 출범을 앞두고 원칙대로 하자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과 연기하자는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경선 일정은 각 후보·캠프의 유불리와 무관치 않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도 후발주자였던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후보는 연기를 주장했고, 1위였던 문재인 후보는 경선 연기를 반대했다.

현행 경선을 연기하자는 주자 측은 이 지사가 지지율 독주를 무기삼아 논의 자체를 막는다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준석, 윤석열 바람이 불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으니 시간을 갖고 유연한 자세로 대처 전략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반면 규정대로 경선을 진행하자는 이 지사 측은 연기론을 추격 주자들이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위한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이 지사가 언론 앞에 직접 나서 경선 연기론자를 두고 “가짜 약장수”라고 표현한 데서도 드러난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은 우선 코로나19 상황으로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경선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국민과 당원의 참여를 독려해 축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비대면’으로는 어렵다는 논리다. 정 전 총리가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면 경선도 활기차게, 평소의 모습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우리 당은 지난 두 번의 전당대회, 4·7보궐선거를 당원들조차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안방행사’로 치렀다”며 “당원도 없었고, 국민도 없었고, 흥행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경선 방식을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통해 주자들이 유권자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팬덤을 구축하자는 아이디어가 한 예시로 거론된다.

이 전 대표를 돕는 윤영찬 의원은 최근 의원 단체 메시지방에 “코로나 상황에서 지방을 돌며 당원과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방식은 전혀 감동을 주기 어렵다. 그래서 당 선거기획단이 혁신적 경선 방식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오디션 방식의 경선을 제안했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연기가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경선 시점이나 방식보다는 인물과 콘텐츠 승부라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가 있다. 엄중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흥행을 이루고 국민적 관심을 끄는 것은 방역 기준이 완화되어서가 아니다”며 “얼마만큼 시대의 요구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인물구도와 메시지, 이미지를 만드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내 혼란만 가중할 뿐이며, 그에 따른 당 이미지 실추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주장도 가세한다. 이재명계 안민석 의원은 “경선 연기론이 당의 혁신이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주는 이슈도 아니다”며 “결국 경선연기 논란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큼 늘어나는 것은 분열이고 떨어지는 것은 당 지지도일 뿐”이라고 했다.

최근 지지율 3위 기록을 쓴 박용진 의원도 경선 연기를 둘러싼 당 내홍에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의 다부진 계획과 자세를 보여주기 보다 자기들끼리의 문제에 엎치락뒤치락, 이전투구 모습으로 보실까 걱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경선은 어디까지나 당내 얘기고, 본선을 생각한다면 결국 이 지사가 통 크게 연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당 밖의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김동연, 최재형 등이 한데 모이는 과정을 통해 야권이 주목받는 동안 민주당 후보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4·7 재보선 당시 야권이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국면으로 막판까지 컨벤션 효과를 가져가며 승기를 잡았던 사례를 보지 않았냐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대선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상대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고민을 해서 그것까지 감안해서 이쪽의 전략과 전술이 나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선이 장기화될 수록 본선 대비가 늦어지며, 지지층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친노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참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조정식 의원은 “무원칙한 경선연기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국민과 함께 할 시간을 절대적으로 빼앗고, 결과적으로 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대선가도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세균계, 이낙연계 중심의 경선 연기 주장 의원들은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상태다. 당 지도부는 각 주자들의 입장을 더 수렴해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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