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일·한미일 정상, 풀 어사이드 가능성 항상 열려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면' 다자 정상외교에 나선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보름 여만에 다자외교 무대로 정상외교의 폭을 넓히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회원국 정상 자격으로 모두 참석한다는 점에서 한미일 3자 또는 한일 양자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앞선 두 차례의 한미일 정상회동은 주로 다자외교 무대 틀 안에서 이뤄졌다. 2017년 7월8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계기 한미일 정상 만찬, 두달 여 뒤인 9월21일에는 뉴욕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한미일 정상 업무 오찬을 가진 바 있다.
마지막 한일 정상회담도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9년 12월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일 양자 회담을 별도로 가졌다.
이러한 사례 위에서 다자외교 무대인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혹은 한미일 정상간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지위로 G7 확대회의에 참석하게 되면서 최소한의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 간에는 도쿄올림픽 참석 여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 등 정상외교로만 풀 수 있는 첨예한 현안이 쌓여있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일 정상은 스가 총리의 취임 계기로 이뤄진 정상통화 외에 직접 대면한 적은 아직 없다.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주요 정상의 지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일 정상 만남을 위한 접점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제66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한·일 우호관계의 상징' 고(故) 이수현 씨를 처음 언급한 것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가능성까지는 완전히 닫고 있지는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들이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이나 회동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위해선 양국 간 사전 의제 조율이 필수적이다. 청와대가 한일·한미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인정한 점도 약식 회담 성사 가능성 시각에 무게를 더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재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G7 기간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현재 한미일 3개국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면서도 "이 작은 공간(영국 콘월)에는 사실상 어떤 것이든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2019년 11월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로 이뤄진 문 대통령과 당시 아베 총리의 깜짝 환담 사례가 환기 차원에서 거론된다. 아직 한 번도 대좌하지 않은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당시와 같은 방식으로 G7 계기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일종의 '풀 어사이드'(pull aside·공식 행사에서 정상이나 외교관들이 하는 비공식 회동) 형태의 환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2년 전엔 한일 외교당국의 사전 교감 없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국이 '풀 어사이드'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공식적으로 '풀 어사이드' 형태의 약식 회담이 이뤄진 경우는 3차례 뿐이다. 2018년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계기 한미 정상회담, 2019년 6월 오사카 G20 계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과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 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한미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관련해 "G7 회의장의 특성이라든지 정상들만 모이는 계기가 되는 때가 있다는 점에서 '풀 어사이드'라는 비공식 회동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G7 정상회의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콘월에서 2박3일 동안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초청국 정상 지위로 참석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회의에 한국·인도·호주·남아공 등 4개국 정상을 공식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G7 의장국을 맡았던 미국의 초청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고, 올해 의장국인 영국의 초청을 다시 받아 2년 연속 초청을 받게 됐다. 지난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이후 18개월 만에 다자 외교를 재개하는 문 대통령은 이번 G7을 계기로 글로벌 현안에서 한국의 입지를 재확인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보건을 주제로 하는 확대회의 1세션에 참여해 백신 공급확대, 글로벌 보건시스템 대응 역량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열린 사회와 경제를 다루는 확대회의 2세션에서는 열린 사회의 핵심 가치를 보호하고 확신시키기 위한 유사 입장국 간 공조 강화 등에 대해 의견 나누게 된다. 또 기후변화와 환경을 주제로 하는 확대회의 3세션에서는 녹색성장을 통한 기후환경 대응방안, 생물다양성 감소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가로서, 당면한 국제적 현안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기회로써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던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외교도 재개한다.
문 대통령은 13일 영국 일정을 마친 뒤 오스트리아로 이동해 2박3일 간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국빈방문은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계기로 성사됐으며,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이번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기간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을 비롯해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의 별도 회담을 갖는다.
이어 15일부터 17일까지는 2박3일 간 스페인을 국빈 방문하고,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국빈 만찬을 갖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한·스페인 정상회담 등을 각각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국빈 방문은 각각 2019년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의 방한에 대응해 이뤄지는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유럽국가들과 대면 정상외교 재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