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의 21대 국회 원구성 벼랑끝 전술에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8개 상임위원회 포기를 선언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여당은 일단 '협상이 우선'이란 입장이나 당내에선 원포인트 전(全) 상임위원장 선출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인내에 한계가 있다. 민주당 인내의 한계가 아니라 국민의 인내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임위 구성을 끝내고 다음주에 3차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통합당을 압박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3차 추경에 대해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 삶과 민생을 지키는 특별 민생 추경이다.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신속한 통과를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 반드시 6월 국회 내에 심사를 완료해 7월에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협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원칙적인 마음을 달라진 것 없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의 '여당 상임위 독식' 제안에 대해선 "진짜 18개를 다 가져가라는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전 상임위를 다 가져가는 것에 신중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정 시간을 줬음에도 코로나 상황에서 3차 추경 처리에 보탬이 안되고 계속 버티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반면, 또다른 참석자는 "국민적 공감을 얻어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동을 걸었다.
이 같은 지도부내 신중론의 배경에는 18개 상임위 석권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全) 상임위를 내어준 통합당이 사안마다 정부·여당 책임론을 제기할 경우 '독배'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 원내대표의 '전 상임위 포기'는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기 보다는 벼랑끝 전술에 가깝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 경제 악화에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안보 위기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초당적 대응을 호소해온 여당이 야당을 배제한 단독 선출을 강행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여론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한시적으로 예결위를 비롯한 전 상임위원장을 뽑아 3차 추경을 처리한 후 야당 몫 위원장은 사임시키는 '원포인트' 선출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내 강경론 부상에는 청와대의 3차 추경 6월 중 처리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예결위를 밤낮없이 주말까지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이달내 추경을 처리하려면 이번주내 상임위 구성을 끝마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이 추경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고 여야 이견도 크지 않은 상황인데, 추경안의 6월 통과가 무산돼선 안된다"면서 "비상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내주 추경 처리가 가능은 하다. 문제는 (야당) 저쪽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통합당은 시간이 자기들 편이 됐으니 마음을 비우는 양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