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사무소를 폭파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 전망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된 일종의 외교공관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란 내용이 담겼고 이에 따라 사무소 설치가 추진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기능은 ▲남북 당국 사이의 연락과 실무적 협의 ▲여러 분야의 대화와 접촉, 교류협력, 공동행사 등에 대한 지원사업 ▲민간단체들의 교류협력사업에 필요한 소개와 연락, 자문, 자료교환, 접촉지원 ▲육로를 통해 상대측 지역을 왕래하는 쌍방 인원들에 대한 편의 보장 등이다.
설립 후 연락사무소 소장회의가 매주 1회꼴로 열렸지만 지난해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올 1월부터는 연락사무소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근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면서 연락사무소 폐쇄와 폭파를 예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대북전단 관련 첫 담화에서 “만약 남조선 당국이 이번에 자기 동네에서 동족을 향한 악의에 찬 잡음이 나온 데 대해 응분의 조처를 따라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파기가 될지 해튼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북한군 총참모부가 16일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을 다시 진출시켜 요새화하고, 대남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공개보도문을 통해 2가지 대남 군사행동 구상을 밝혔다.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를 다시 진출시키고, 대남전단을 살포하겠다는 것이다.
총참모부는 이를 행동계획으로 구체화해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재가를 받아 조만간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총참모부의 입장은 김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밤 담화에서 “대적행동 행동권을 총참모부에 넘기겠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나왔다.
총참모부가 김 제1부부장 ‘지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의 주도 하에 대남 공세전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 발표 이후 12일째 계속해서 대남 압박 메시지 발신과 행동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김 제1부부장 담화에 이어 노동자, 청년, 여성 등 각계의 항의집회를 조직하고,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대북전단 비난 여론을 고조시키는 기사를 매일같이 싣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신문은 이날도 2면 논설을 통해 “지금 우리의 철저한 보복전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남조선 당국자들이 이제 와서 설레발을 치며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고 경고했다.
북한 내부를 대상으로 대남 강경 태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응을 내놓더라도 북한은 준비된 대남 압박 카드를 순차적으로 꺼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로 남북관계가 자칫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현행법을 동원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탈북민단체를 고발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