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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공화국]비싼 외국인 전용 메뉴판 '먹고나도 소화안돼"…한류관광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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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공화국]비싼 외국인 전용 메뉴판 '먹고나도 소화안돼"…한류관광 먹칠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08.1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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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류 열풍에 발맞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바가지 요금'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여행사의 옵션 쇼핑, 외국인에게만 비싼 가격을 받는 등 다양한 형태의 바가지 요금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건 안 사면 내보내지도 않아"

지난해 A여행사를 통해 한국으로 단체여행을 온 싱가포르인 제시는 여행 가이드가 쇼핑을 강요해 불쾌한 경험을 했다.

그는 "가이드가 한 인삼 판매점으로 안내해 별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여행사 가이드가 외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요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관광특구인 명동의 한 상인은 "명동 주변 지하상가 일대 화장품 가게가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옵션 쇼핑을 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귀뜸했다.

이어 "커미션(수수료)이 빠지면 그 만큼 챙겨야 할 부분이 있어야 되는 만큼 가격을 좀 더 높여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일부 노점상에서는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한 메뉴를 주문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 불만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홍콩인 C씨는 "한 시장 노점에서 1인분에 3000원인 잡채를 주문하고 두 접시를 받았는데 12000원을 요구해 황당했다"며 "노점상은 1접시에 2인분씩 담아 그렇게 요구했다고 하는데 누가 봐도 1인분에 해당하는 소량이라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 일본인 관광객도 유명 해물집에서 일본어 메뉴판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했다.

그는 "일본어 메뉴판에는 비싼 것만 기재돼 있었다"며 "직원이 권하는 대로 주문을 하고 식사를 한 후 10% 할인 쿠폰을 제시 했으나 금액을 올려 추가 비용을 청구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불편 신고도 늘어

실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바가지 요금 등 불편 신고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발간한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2009년에는 675건의 관광불편신고가 접수됐다. 2010년에는 전년대비 11%(75건) 증가한 750건의 불편신고가 접수됐다.

외국인 1114만명이 입국한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7.1%(72건) 증가한 1093건의 불편신고가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쇼핑' 관련 불편접수가 2009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행사 관련 불편사항은 지난해 137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옵션상품 등 쇼핑 관련 접수 건수는 16.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음식점 관련 불편신고도 잇따르고 있으며 세부 불편 내용으로는 부당요금 청구가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단속 한계에 지자체도 고심

이 같이 외국인이 자주 찾는 관광지에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재래시장의 경우 가격표시제가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관할 구청의 단속 효과는 미비하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두차례 담당 공무원 두 명이 시장을 순회하지만 순회할 때만 시정 될 뿐 며칠 지나면 그대로"라며 "대부분의 상인이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상품마다 가격을 부착하는 것을 번거로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의 경우 지속적으로 점포를 방문해 지도하는 방향으로 가격표시제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는 올해 '바가지 요금 근절'을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중점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오는 10월에는 서울지역에 관광경찰 10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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