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형혁규·김성봉 입법조사관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총 6090명이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무청 제출자료를 보면 2008년을 제외하고는 병역거부자 수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병역거부자 수는 2004년 755명, 2005년 828명, 2006년 781명, 2007년 571명, 2008년 375명, 2009년 728명, 2010년 721명, 2011년 633명, 2012년 598명, 2013년 6월 기준 100명이다.
사유별로 보면 대다수의 병역거부자가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병역거부자 중 여호와의 증인이 6045명으로 전체의 99.3%를 차지했다. 기타 병역거부 사유로는 전쟁반대, 평화주의, 신념적 사유 등이 있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병역거부자 중 형이 확정된 자는 6090명 중 5695명으로 93.5%였다. 이 중 징역이 5669명으로 93.1%였고 집행유예는 26명으로 0.4%였다.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 중 형량이 1년6월 이상 2년 미만인 자가 99.8%로 나타났으며 2년 이상이거나 1년6월 미만인 자는 각각 0.1%였다.
병역거부자들이 집총거부로 인한 군형법상 항명죄로 처벌받던 예전과 달리 병역법상 입영거부로 처벌받기 시작하면서 형량이 무거워졌다는 게 형혁규·김성봉 입법조사관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병역거부 논의는 주로 병역법 제88조 입영기피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통해 진행돼왔다. 최종적인 법정의견은 모두 합헌으로 결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5년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2007년에는 국방부 역시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병역법 개정안이 17대에서 2건, 18대에서 2건, 19대에서 1건 발의됐다.
발의된 법안들은 ▲대체복무요원의 편입결정을 위한 기관 설치 ▲대체복무요원 복무업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복무이탈시 벌칙조항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정시 처벌조항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병역거부 인정 여부 찬반 논쟁 중…사회적 논의 필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라는 국내외의 요구에도 국내 여론은 양분돼있다.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들은 ▲다양한 병역의무 이행 ▲전과자 양산 우려 ▲사회복지 확대 ▲인력의 효율적 이용 ▲현역복무제도 개선 ▲성숙된 민주주의 달성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병역거부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이들은 ▲안보적 환경의 특수성 ▲병역거부자의 신념판단기준 부재 ▲병력유지의 어려움 ▲군복무의 형평성 ▲국민정서상의 문제 ▲사회갈등의 촉발 가능성 등을 논거로 들고 있다.
논란 끝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받아들여지더라도 논란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종교적 사유가 아닌 정치적·이념적 사유로 인한 병역거부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정치적 신념을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할지 여부와 인정주체, 심의 결과 등을 놓고 논란과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형혁규·김성봉 입법조사관은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선 제도 도입여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병역거부자에 대한 공정한 심의방안, 병역거부의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