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개월 간 정부가 한 게 뭐가 있습니까."
가히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그간 응어리져 뱉지 못했던 울분을 이날 다 쏟아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만나 이같이 성토했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노후자금으로 모아뒀던 돈까지 끌어다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한 회장은 "그간 정부에 수많은 건의를 했지만 경협보험 마저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옥성석 협회 부회장은 "무엇보다 무려 6차례 이어진 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만이라도 해결할 수 없었나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중대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이에 상응하는 피해보상 또한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부가 북측에 제안한 '마지막 회담'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옥 부회장은 "개성공단은 남북의 마지막 남은 보루"라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존속 여부를 떠나서 개성공단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더 이상 남북이 차단되는 형국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지만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개성공단을 살려내야한다는 얘기다.
북측에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0년 간 우리 측 주재원 1000여명과 북측 근로자 5만여명이 피땀 흘려 일궈낸 곳입니다.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해선 안됩니다. 북한도 개성공단을 살려내기 위해 의견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향후 "우리 정부가 차가운 현실에 버려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며 거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통일부는 29일 판문점 연락채널 통해 북한측에 마지막 회담을 제의한다. 앞서 전날 류 장관은 "북한은 지금이라도 재발방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