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세계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창조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30여분간 진행된 접견에서 박 대통령은 벤처기업의 생태계 조성과 해외시장 진출, 인터넷 역기능을 줄이기 위한 협업 문제, 정부 3.0 시대의 민관소통 문제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디자인이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란 정의가 있다"며 "벤처나 페이스북, 나아가서 창조경제도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처나 페이스북 등의 사업이 다른 사람에 관한 관심, 즉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더 편하게, 안전하게, 즐겁게 해 줄 것이냐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 CEO는 "아주 타당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더욱 더 인간적인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창조경제 구상을 설명하면서 "벤처기업이 주역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성공하는 벤처를 만드는 생태계를 위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냐"고 물었다.
저커버그 CEO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전략과 정책에 공감하면서 "최근 맥킨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의 5분의 1 이상을 인터넷 경제가 주도했다"며 "페이스북은 한국과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페이스북 한국 사무소도 향후 1년에 걸쳐 2배로 확장하는 등 확실히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 내에 있는 개발자들과 각종 비즈니스 사업가들이 고객과 용이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함에 있어 한국의 중소기업들, 작은 기업들에게 훈련의 기회를 더욱 더 부여하고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개방과 공유를 핵심가치로 하는 정부 3.0 구상에 대한 조언도 구했다.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정보의 교류를 돕고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부 3.0이 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며 정부 3.0을 위한 정부 역할과 민관 소통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저커버그 CEO는 "한국의 네트워크 환경이 아주 잘 발달돼 있어 혁신을 더욱 더 촉진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소통을 증진하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항상 바람직한 일"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도 과거 선거나 지금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것은 정치적인 소재와 개인적 소재를 잘 조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의 공감대를 더욱 더 잘 유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과 저커버그 CEO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줄여나가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인터넷이 순기능이 많은 대신에 역기능도 있어서 사이버 폭력 등에 대한 우려가 한국사회에서도 커지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세계의 대학, 연구기관, NGO(비정부기구) 등과 힘을 합해 역기능을 줄여나가는 지원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과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력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최고의 인재들을 이 문제에 투입하고 있지만 결코 쉬운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 기꺼이 한국 측과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한편 전날 밤 티셔츠와 청바지 등 가벼운 차림으로 입국했던 저커버그 CEO는 이날 접견에서는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정장차림으로 참석했다.
또 박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한 손으로 악수를 나누기도 했지만 허리를 굽히면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저커버그 CEO와 인사를 나누며 '페이스북'의 명칭을 염두에 둔 듯 "페이스북을 통해서 사람이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로 만나니까 더 반갑다"고 말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날 페이스북 측에서는 저커버그 CEO 외에도 마르니 리바인 부사장, 다니엘 로즈 부사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