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18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검사의 학생운동 전력을 둘러싸고 상임위원회 회장에서 감정싸움을 벌였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 업무보고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 법사위에서 법무부 질의 시 서영교 의원이 본인(김 의원)의 질의 내용에 대해 '이기적으로 공부만 하던 사람이 발언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며 서 의원의 전날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는 서영교 의원이 학생운동하느라 아는 게 없고 법률지식이 없는데 왜 법사위에 앉아있느냐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살아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애국 헌신하는 길은 각자 다른 것"이라고 서 의원을 공격했다.
김 의원은 또 "학생운동 전력은 훈장이 아니다. 정말 학생운동을 한 사람은 겸손하다. 원래 태권도를 배울 때 파란띠, 빨간띠를 맬 때 자랑한다. 고수는 드러내지 않는다. 진짜 고수가 싸우면 상대가 다치기 때문"이라며 서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아울러 "본 의원 같은 세대에서는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다 사정도 다르다"면서 "학생운동을 안 했다고 해서 매도당하고 비판당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운동권 출신들은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위해 학생운동을 했다는데 왜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에 아무 말도 하지 않냐"면서 "이래서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지지받지 못하고 정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 "다 떠나서 이기적이라거나 공부만 한 사람이라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인신공격이다. 적어도 국회에서 이런 무례한 언사가 나온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일 나오지 않게 주의 조치를 해 달라. 서영교 의원은 법사위 끝날 때까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어제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학생운동을 한 검사가 사회단체 기부한 행위를 종북인 양 몰고 간 발언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며 "학생회 임원은 종북이라는 공식을 만들고 공격했으면 방어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학생운동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학생운동한 사람의 헌신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원세훈 국정원장을 감싸고돌며 학생운동한 사람을 종북으로 몰고 간 것에 자기 방어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의원이 설전을 벌이자 동료의원들도 가담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우리는 행정부를 비롯한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할 기관들을 상대로 사실을 따져야 하는 사람인데 어제 서 의원 말씀은 국민들을 상대로 학생운동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을 평가해선 안 된다. 앞으로는 객관적 팩트(사실)는 얘기하되 개인적 평가가 개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전두환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많은 학생운동 지도자들과 학생들에게 우리는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 빚이 있다. 멀리서 박수를 쳤든 무관심했든 누구든 빚이 있다. 저 자신도 사법시험 공부 때문에 마음껏 학생운동을 못했다"며 서 의원을 옹호했다.
또 "서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판검사가 됐든 변호사가 됐든 민주주의에 관한 인식이 없는 먹물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했는데 김진태 의원이 자신에 대한 발언이라 자백하는 것을 보면서 '김 의원이 양심에 많이 찔렸구나'하고 생각했다"며 김진태 의원을 공격했다.
박 의원은 또 김진태 의원의 운동권 출신 검사 관련 발언도 문제 삼았다.
그는 "(김진태 의원은)검사의 전력으로 공소장 내용을 송두리째 비판하는 우를 범했다.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김 의원 본인이 자랑스러워하는 검찰의 최정예팀이 명예를 짓밟혔다"며 "모든 수사팀이 의견을 모아 낸 공소장임을 부장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한 검사의 학생운동 전력을 들어)수사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은 집권여당과 박근혜정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양측의 설전이 이어지자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발언을 제지하며 "국민이 각자 판단할 것이다. 국민의 생각이 다 통일돼 있을 수 없다. 두 의원이 점심 때 만나서 일단 얘기를 해보고 해결이 안 되면 저한테 다시 얘기하라"고 중재에 나섰다.
앞서 김진태 의원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주임검사인 진재선 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19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이었다. PD계열 운동권 부총학생회장이다. 하필이면 대학운동권 출신을 주임검사로 맡겼냐"고 발언했다.
또 "한국 검찰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공소장이 나온데다가 주임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태"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서영교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2000명을 죽이고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을 때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 총학생회장들이었다. 반면 그런 정권이 들어섰을 때 이기주의적으로 공부만 했던 사람이 총학생회장의 헌신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냐.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는 것을 질타한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