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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선 개입' 원세훈·김용판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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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선 개입' 원세훈·김용판 기소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3.06.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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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 착수 57일 만에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경찰의 전직 수장을 동시에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14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 수사 당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원세훈, 정치개입 지시"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법률은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1항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인터넷상에서 정부·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 게재 및 관련 게시글 찬반 표시 등을 지시·보고받아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정치적 댓글을 올리고 특정 대선 후보를 비방한 행위가 정치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과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은 국정원 서버와 문건 등 각종 압수물과 국정원 직원의 통화·이메일 내역,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등 15개 인터넷사이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 등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선거 개입 활동을 종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이 2009년 2월~2013년 1월 주요 정부 정책홍보와 종북 세력을 견제하라는 취지로 국정원 내부망(인트라넷)에 올린 문건에는 사이버상 종북 세력에 대한 선제적 대처, 종북세력의 제도권 진입 저지,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옹호,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 홍보 등이 포함됐다.

선거·정치 개입 방식은 원 전 원장의 지시 하에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을 통해 하달됐다.

특히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이외에도 합법적인 직무범위를 벗어나 수시로 불법적인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북한 및 종북세력에 대한 대처 명목으로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전 3차장과 민 전 심리전단장, 김모(29·여)씨 등 심리전단 직원 3명, 민간인 이모(42)씨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상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전원 기소유예했다.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은 입건유예했다.

◇"김용판, 수사 축소·은폐 외압…선거방해"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의 수사를 축소·은폐토록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대선 직전 부실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지시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직원 김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서울경찰청이 이미 확인한 ID·게시물 등 분석결과 자료를 수서경찰서에 제공하지 않고 범죄 혐의 유무를 왜곡하는 수사결과 발표문을 작성·배포토록 지시했다.

특히 수서경찰서로부터 증거분석결과물 회신을 거부함으로써 정상적인 수사진행을 방해했고, 수사공보를 빙자해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왜곡된 내용 등이 담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과 권은희 전 수사과장, 수서경찰서 및 서울경찰청 수사팀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전 청장이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과 관련 진술 등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김 전 청장이 수사팀에 부적절한 압력을 넣어 수사 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결론 냈다.

다만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범행가담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하고, 별도로 고발된 박모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선 보강 수사하기로 했다.

◇檢 "개인 그릇된 판단으로 범행"

검찰은 국정원 직원 내부기밀유출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도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신상정보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외부에 누설한 정모씨를 공직선거법 및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밀정보를 전달받아 민주당에 건넨 전직 국정원 직원 김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인물로 대선 당시 민주당의 선거기획에 활용할 목적으로 국정원 기밀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정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파면하고, 정씨와 김씨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아울러 검찰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 의해 심리전단 여직원 김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불법 감금된 사건과 관련, 민주당 당직자 정모씨 등 관련자들이 출석에 불응함에 따라 계속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검찰은 이밖에 지난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압수수색 당시 '무오(MooO) 데이터 회복방지기'를 실행해 업무용 컴퓨터의 삭제파일 복구를 불가능하도록 한 박모 증거분석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로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했다"며 "다만 전 국정원장과 경찰 고위간부 개인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범행에 이른 점을 감안해 두 국가기관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수사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고 형사처벌 대상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4월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뒤 국정원 압수수색과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 등을 소환하는 등 2개월간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다.

수사팀에는 부장검사 2명과 검사 10명(공안 5, 특수 1, 형사 1, 첨단범죄 3), 수사관 14명, 대검 디지털포렌직 요원 27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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