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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갑 교육칼럼]사교육과의 전쟁,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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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갑 교육칼럼]사교육과의 전쟁,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한재갑 교육전문기자
  • 승인 2013.04.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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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은 고등교육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한 탓에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한 학원비와 과외비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재무 스트레스 증가, 가구 규모 감소, 출산율 하락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중산층 복원은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비 문제는 이미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문제화된 사안이다. 그런데도 갈수록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사교육비 총 규모가 19조원으로 3년째 감소 추세라고 발표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주중은 물론 토요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공부방을 확대해 나가는 등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학부모는 사교육비 절감을 체감하지 못한다. 예체능 과목의 사교육을 방과후 학교에서 흡수함에 따라 초등학생의 경우 사교육비가 줄어 전체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실은 교과 과목의 사교육비는 감소하지 않았다. 실제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고등학생 2.8%, 중학생은 5.3%나 늘어났다.

서울시가 지난 18일 발표한 '서울 교육분야의 주요변화와 시민 교육관 분석현황'을 봐도 사교육의 심각한 실태는 여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3.5%였다. 이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5000원으로,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소득에 비춰볼 때 자녀 교육비가 부담이라고 답했다. 중·고교생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58.3%가 ‘공부’라고 응답했다. 이들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2시간으로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 권고하는 청소년 권고 수면시간보다 2시간이나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권과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에 나섰다. 역대 정권이 그런 것처럼 사교육(私敎育)을 사교육(邪敎育)으로 규정하고,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16일 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여야 의원 29명 등이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학교의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교육과정 및 시험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육 프로그램까지 규제하고 있다. 선행학습 유발 교육과정 운영 금지, 학교시험 및 대학입시 전형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시험출제 금지, 학원·교습소 및 개인과외 교습자의 교육과정 선행교육 및 광고·선전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새누리당과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학생의 수업권과 사기업 경제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학교현장과 사교육 시장의 현실, 교육과정 운영 실태를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법안에 반영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벌써 학교는 교원이 선의의 피해를 보거나 각종 공문, 감사 등으로 피곤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사교육 업체는 법 제정을 대비해 1:1 맞춤형 지도, 개인별 심화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변형된 사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정권은 그간 사교육과의 전쟁을 해왔다. 과외 전면금지, 학원 단속, 특목고 및 대입제도 변경 등 수많은 방법이 동원됐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실패했다. 이번에는 ‘선행교육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벌써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법안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성공하려면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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