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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오석 부총리, '착한 학생'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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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오석 부총리, '착한 학생'은 필요없다
  • 이혜원 기자
  • 승인 2013.04.1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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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 나와서 말씀을 많이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하겠다. 귀찮게 하더라도 이해해 달라. 학생이 자꾸 배워야 하지 않겠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 할 때마다 반복해 강조하는 말이다. 본인은 학생이고 현장이 선생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 부총리의 선생님은 따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박근혜 선생님'의 말을 매우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앞서 '현장에 답이 있다'며 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을 강조했다.

그는 부총리 취임후 처음으로 주재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3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박대통령의 전언임을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대통령께서 여러 번 강조하셨다시피 우리 팀내 팀웍이 우선돼야 겠다. 둘째는 국민과의 소통, 현장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 세번째는 새정부의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실천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말씀이 정책의 수립이 10%면 이행정도는 90% 강조했다"며 짧은 메시지안에 '대통령께서'라는 말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선생님의 지도 편달에 현 부총리는 취임 후 첫 일정으로 현장방문을 택했다.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 토요일 아침부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경기도 분당의 협동조합 매장을 찾았다.

그는 가락시장에서 과일과 젓갈 등을 구입했지만 정작 상인들은 현 부총리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 '높은 사람'이 다녀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데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길을 막는 것도 장사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인들과의 대화시간은 없었다. 그는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 7일 경기 김포의 한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는 더욱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학생의 모습이었다.

간담회 후 한 참석자의 자리에는 '간담회 대본'이 놓여 있었다. 간담회가 열리기 이틀 전에 만들어진 대본에는 시장 참여자별 반응이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으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형광펜으로 밑줄도 쳐져 있었다.

한 술 더 떠 모델하우스 방문객으로 참여했던 시민들도 미리 섭외가 된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간담회 전날 오전 10시30분 전에는 섭외가 된 사람들이었다.

만들어진 간담회를 통해 그가 얻는 것은 '선생님으로부터의 인정' 밖엔 없어 보였다.

그가 현장 방문했던 곳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강연회에서 "현 부총리가 와서 뭘 적어갔는데 하나도 개선이 안됐다. 연락도 없다. 답답증에 걸렸다"고 토로했다.

국민에겐 '착한 학생'은 필요 없다.

부총리가 정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면 현장에서 공무원을 만나면 안된다. 짜여진 각본으로는 안된다. 답을 찾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현장'은 '답'을 알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산적한 과제가 많다. 보여주기식 현장방문은 시간낭비일뿐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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