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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함으로 본 윤상직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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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함으로 본 윤상직의 리더십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3.03.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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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중·일간 무역장벽을 허무는 일을 논의 하는 자리인 탓에 열기가 뜨거웠다. 이들 세 국가가 서로 FTA 협정을 맺는다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되는 만큼 신중하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국장이 내민 명함은 실소를 자아냈다. 이 국장은 "아직 산업부로 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라고 말을 흐리며 여전히 옛 '외교통상부' 시절 사용하던 명함을 쓰고 있었다. 한·중·일이 민간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FTA 협상이었다. 각국 대표단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인사하는 와중에 옛 조직의 명함을 건네주며 "사실 지금은 산업부 소속인데…"라고 부연설명을 했을 걸 생각하니 황당했다.

그러면서 문득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떠올랐다. 윤 장관은 새 정부로부터 산업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재빠르게 '지식경제부' 명함과 함께 '산업부' 명함도 제작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자 국회의원을 만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지식경제부 명함을, 중소·중견기업을 방문하거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산업부 명함을 사용했다. 실제로 여야가 조직개편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인 이달 중순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조만간 바뀔 거니까요…"라며 멋쩍게 산업부 명함을 내밀었다. "소속을 옮긴 지 얼마 안 돼서"라며 옛 외교부 명함을 전해주던 산업부 한 국장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화장실 경쟁력론(論)'을 강조하곤 했다. 그는 "화장실을 보면 그 업체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 화장실이 깨끗한 공장이 일도 잘한다"고 거듭 밝혔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정리돼야 일도 잘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 그는 "사장의 아내와 딸이 직접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직원들이 보고 모두 환경 개선에 동참했다는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 경영진의 측근들이 일반 직원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게 큰 리더십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중·일 FTA 협상에서 산업부 소속 협상 대표단이 여전히 외교부 명함을 사용하는 것을 윤 장관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외교부의 통상교섭 조직의 산업부 이관은 수개월 전부터 예정된 일이다. 조직개편 전부터 산업부 명함을 준비해 사용하던 윤 장관의 모습과 크게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화장실과 같이 직원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조직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던 그가 자신의 리더십에 얼마나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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