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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찌라시'앞에 '증권가'가 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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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찌라시'앞에 '증권가'가 붙으니…
  • 오제일 기자
  • 승인 2013.01.14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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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원빈(36)이 모델업계 여성과 결혼한다는 소문이 10일 나돌았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수영(23)과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채 가라앉기 전었다. 원빈 측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영화배우 한혜진(32)은 가수 나얼(35)과의 결별 여파가 잦아들기 전 축구선수 기성용(24)과 열애설을 진화해야 했다. 한혜진 측은 "불쾌하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부인했다. 나얼도 "헛소문에 속지말라"고 당부했다.

영화배우 하정우(35)와 탤런트 김태희(33)의 열애설, 가수 김종국(37)의 결혼설 등 소문은 끊이 없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해명한다.

소문의 당사자들을 분주하게 만든 것은 사설 정보지,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다. 스타들은 왜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루머에 적극 대응하고 나서는 것일까.

'찌라시'는 전단이나 광고지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일방적인 주장을 담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해 대중은 이를 '신뢰할 수 없는 내용물'을 폄훼하는 단어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 '증권가'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기업의 오늘과 내일에 따라 수많은 돈이 오가는 증권가는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짐작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증권과 찌라시'에게는 '막연한 신뢰감'이 부여된다.

실제로 '증권가 찌라시'는 정보통들이 모여 정보를 취합, 가공해 유·무료의 '정보지'로 이용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정치권', '관가', '재계', '금융가', '언론가' 등 콘텐츠도 다양하다.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온갖 설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 내용이 구전 정보들로 사실무근이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는 데 있다. '증권가 찌라시'에게 '정확성'은 가치를 높여주는 수단일 뿐 강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증권가 찌라시'에 오른 내용은 급물살을 타고 대중에게로 퍼진다. 

 
특히 대중의 관심거리인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은 SNS,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 등을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만큼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정보들은 이미지가 곧 가치인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악의적이다", "해명할 가치도 없다"는 내용에 연예인들이 즉각 반응하는 이유다.

탤런트 최진실(1968~2008) 자살사건 이후 수사당국은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찌라시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내가 증권가 찌라시의 피해자"라며 엄정단속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말했듯 "워낙 은밀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증권가 찌라시'는 더 음성화됐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속이나 제도적 보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이용하는 남녀들의 행태다. '증권가 찌라시'의 내용을 사실확인 없이 인용보도하는 언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스타들의 사생활을 소비하는 누리꾼, '증권가 찌라시'라는 브랜드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에 신뢰도를 더하려는 호사가들의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방점은 '증권가'가 아닌 '찌라시'에 찍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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